미-일관계는 "폭풍전야의 정적"|레이건2기 앞두고 나까소네 1월에 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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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레이건」미대통령의 2기취임식을 앞둔 85년 1월2일일본의 「나까소네」(중증근강홍)수상은 로스앤젤레스에서「레이건」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미일정상회담이 그러한 시기에 마련된 것은 집권2기를 맞는 「레이건」행정부가 지난 1년동안 선거를 치르면서 되도록 선거쟁점으로 부각되지 않게 하기위해서 침묵을 지켜온 미일간의 통상·국방등 현안문제에 대해 보다 강력한 압력을 가하리라는 일본측 우려속에서 나온것인 듯하다.
미국이 압력을 가하리라는 구체적인 시사는 아직없다. 그러나 83년11월 「레이건」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때 거론했던 통상·국방문제들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고 지난1년동안 이문제들에 대해 미국이 침묵을 지킨 이유가 국내 정치의 필요에서 였기때문에 선거가 끝난 다음 이문제들이 다시 거론될것은 분명한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맨스필드」주일 미국대사는 현재의 미일관계가 『폭풍전야의 정적』이라고 경고한바 있다.
현재 관심의 초점은 미국무성이 상원외교위원회에 보낸 일본의 시장개방현황 평가서다. 이 평가서는 여러분야에서 직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농산물·통신기재·인공위성·담배·서비스업 분야에 상당수준의 장벽이 남아있어 미국업자의 진출을 막고있다고 결론 내리고있다.
통상분야에 있어서 기본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미국의 대일무역적자다. 미국은 금년에 1천3백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할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중 3백10억달러가 대일 무역적자다.
미국측에서는 이와같은 적자가 일본측의 폐쇄성과 교묘한 비관세 장벽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고 일본측에서는 그들대로 적자가 미국산업의 생산성 둔화·달러 강세현상·미국기업의 적극성 부족등으로 자초한 결과라고 맞서고있다.
연초에 당장 해결해야할 문제는 85년3월로 만기가 되는 일본의 자동차수출 자율규제를 다시 연장하느냐의 여부와 철강수출의 자율규제 협상이다. 미국측은 일본자체의 대미철강수출 규제뿐 아니라 일본이 한국산 철강에 대한 문호를 닫아놓고 있어 결국 일본에 갈 한국철강까지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온다는 전제아래 일본이 한국산 철강에 대해서도 문호를 개방하도록 압력을 넣고있다.
국방문제에 있어서는 일본이 1천마일 해상 교통로를 자체힘으로 방어하고 유사시에 동해와 태평양을 잇는 3해협을 봉쇄할수 있는 군사력을 확보하라는 지금까지의 압력이 계속될것이다.
일본이 경제면에서 미국과 필적할 정도로 성장했음에도 안보면에서는 미국측 노력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미국측 여론은 일본의 방위비분담문제와 무역적자문제를 연결시키는 경향까지 있다.
83년초에 워싱턴을 방문한「나까소네」수상은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일본을 「불심항모」로 만들겠다고 호언했었지만 현재처럼 연7%정도의 국방비 증가로는 87년에 끝나는 군비증강 5개년계획조차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할것이라고 미국측은 보고있다.
두달전 미일 민간자문위원회가 앞으로 일본이 다국적 평화유지군에 병력을 참가시키라는 건의를 한적이 있는데 「나까소네」수상이 이를 거부한 것을 가지고 뉴욕타임즈지는 일본이 군비증강을 어느 수준까지 하려는지 의심스럽다고 평했다.
이와같은 미국측 시각은 아시아에 있어서 일본의 군비증강이 과거 일본 침략정책의 피해국으로부터 불러일으키는 반발을 도외시하고 미국이익만을 앞세우고 있다.
이와같은 미일간의 마찰요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일본을 아시아 제일의 우방으로 보는 평가는 양국관계에 안정된 바탕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대일압력이 강화된다고 해도 이 바탕을 흔들 정도로까지는 가지 않을게 확실하다. 특히 「친미적인」「나까소네」가 수상에 들어선 이래 그는 「레이건」의 반공·군사중시의 입장에 적극 동조해왔고 「레이건」행정부가 취하는 외교정책을 대외적으로 지지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레이건」제2기의 대일압력은 안보면보다는 통상문제에 집중될것이다. 그러나 「나까소네」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위협하는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다. <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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