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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의 명대사 "180분이나 남았다"가 나온 이유

중앙일보

입력

"이제 90분이 지났을 뿐이다. 아직 180분이 남았다."

'지메시'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이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코스타리카전(8일 오전 10시·한국시간)을 앞두고 강조한 말이다.

지소연은 13일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12년 만에 월드컵에 출전했기 때문에 선수들 모두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시간을 즐기자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며 "브라질전은 끝났다. 이제 90분이 지났을 뿐이다. 아직 180분이 남았다"고 말했다. 한국은 E조 조별리그 1차전 브라질과 경기에서 0-2로 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 브라질과 18위 한국의 격차는 컸다. 선수들은 1차전을 반드시 이기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라운드에서 실력 차는 쉽게 좁힐 수 없었다.

침울했던 선수들을 다독여준 사람은 대표팀 심리 코치를 맡고 있는 윤영길(46) 한국체육대 스포츠심리학 교수였다. 윤 교수는 지난해 5월 베트남에서 열린 여자 아시안컵 때 여자 대표팀 기술위원으로 합류해 심리 상담가 역할을 병행했다. 남녀 통틀어 성인 대표팀에 전문 심리 코치 역할이 처음 생겼다. 이후 심리 코치로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들의 마음을 어루만졌고, 캐나다에도 동행했다.

윤 교수는 브라질전 후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세심하게 살폈다. 큰 대회 첫 경기에서 지면 선수들의 심리 상태가 동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이날 공식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1차전 후 23명 선수들과 일대일 상담을 했다. 이런 경우 선수 심리 상태는 세가지로 나눠진다. 브라질전에서 졌지만 자기 플레이를 잘해서 오히려 심리 상태가 좋아지는 경우, 패배 여파로 기분은 우울하지만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경우, 큰 상실감에 흔들리는 경우 등"이라며 "다행히 선수들 모두 월드컵 첫 승과 16강 진출이라는 목표 의식이 뚜렷해서 흔들리지 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가 특별히 강조한 말은 '270분 중 90분을 뛰었다. 이제 180분이나 남았다'였다. 월드컵 조별리그는 3경기로 총 270분이다. 비록 한 경기는 졌지만 두 경기를 잘 치러야 한다는 뜻이었다. 지소연은 윤 교수의 조언을 가슴에 새기고 기자회견에서도 이 말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코스타리카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멘털 상태는 아주 긍정적이다. 내일 경기를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몬트리올=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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