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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린 공룡 테마파크, 이번엔 유전자 조작 괴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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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2년간 봉인됐던 쥬라기 월드에 입장할 시간이다. 스티븐 스필버그(69) 감독의 역작이었던 ‘쥬라기 공원’(1993)의 속편 ‘쥬라기 월드’(콜린 트레보로우 감독)가 11일 관객을 찾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에도 11일 예매 점유율이 82.2%(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 통계)에 이르는 등 관객의 반응은 뜨겁다. 이 시리즈는 1편 이후 ‘쥬라기 공원2: 잃어버린 세계’(1997)와 ‘쥬라기 공원3’(2001)이 제작됐지만 평단의 혹평과 관객의 외면을 받으면서 명맥이 끊겼었다. 3D 아이맥스 버전으로 부활한 4편 ‘쥬라기 월드’는 1편의 테마파크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왔고, 작품의 완성도가 2·3편보다 높다는 점에서 시리즈의 진정한 속편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1편에서 폐쇄됐던 공룡 테마파크는 신작에서 20여 종의 육·해·공 공룡이 하루 2만 명을 맞이하는 유명 관광지로 돌아왔다. 공원 소유주는 더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해 공룡 유전자를 변형해 더 크고 사나운 공룡을 만들고, 12m 높이의 고도 지능형 공룡 ‘인도미누스 렉스’가 탄생한다. 문제는 이 거대 공룡이 우리를 탈출하면서 발생한다. 사람과 공룡을 가리지 않고 죽이는 통제 불가능의 변종 괴물 때문에 테마파크는 집단 패닉에 빠지고, 낙오된 어린 형제를 찾기 위해 전직 군인인 오웬(크리스 프랫)이 이들을 구하러 나선다.

 영화는 스케일과 시각효과 면에서 눈부시게 업그레이드 됐다. 숨결을 불어넣은 듯한 3D 공룡 수백 마리가 영화 전편을 압도한다. 수중 원형극장에서 백상아리를 한입에 먹어치우는 모사사우루스의 위용, 관람객 머리 위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익룡 떼의 습격, 초원을 뛰노는 공룡 사이로 자이로스퀘어를 타고 사람들이 질주하는 장면은 마치 테마파크에 온 것 같은 생생한 감각을 제공한다. 어디에서 공룡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시리즈 특유의 긴장감도 여전하다. “뭔가 쫓아오면 도망쳐!”라는 대사처럼 공룡과 인간의 추격전도 훨씬 더 숨가쁘게 전개된다.

 스필버그가 제작 총괄을 맡아 전체를 조율한 만큼 신작은 1편의 향수가 짙게 배어있다. 두 명의 아이들이 테마파크에서 조난 당하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인간이 폐쇄된 공간에서 공룡에게 보복 당한다는 기본 구조가 1편과 일치한다. 또 아이들이 자동차 안에서 공룡과 사투를 벌이고, 티라노 사우루스가 등장하는 몇몇 대표 장면이 1편과 유사하게 찍혔다. 1편 테마파크의 설립자인 존 해먼드의 동상을 설치하는 등 작은 소품까지 신경 써 오리지널 시리즈에 열광하는 관객들에겐 이를 찾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시리즈를 책임져온 배우 샘 닐 대신 새롭게 기용한 크리스 프랫(36)도 제몫을 해낸다.

 하지만 원조를 능가할 속편을 기대했다면 아쉬운 지점은 있다. 1편이 선사했던 ‘자연은 스스로 진화한다’는 신선하고 묵직한 주제의식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지 못했다. 트레보로우 감독은 과학과 윤리 사이의 딜레마를 던져만 놓고 깊이있게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공룡을 전쟁 무기로 사용하려는 군사업체가 새롭게 등장하지만 후반에 흐지부지 사라지고, 영화 중간중간에 튀어 나오는 멜로 라인이나 황당한 유머 코드도 극의 긴장감을 떨어트려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매끈한 상업 영화로 나무랄 데는 없으나 1편의 경이로움엔 도달하지 못한 속편이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김봉석 영화평론가)=공룡 판타지, 문명 비판, 가족주의 등을 망라하며 ‘쥬라기 공원’의 추억을 효과적으로 재현하는 테마파크 블록버스터. 한 번 타면 절대 못 내린다.

★★☆(강성률 영화평론가)=22년 전의 매혹을 넘어서지 못한다. 스케일은 크지만 세밀하지 못하고 캐릭터도 불안정한 데다가 이야기는 너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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