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축 안 되게 모든 선제적 조치를 … 지자체 독자 대응하면 국민 혼란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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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민을 보호하고 불안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메르스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빈틈없는 공조체제를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도 예비비나 재난기금등 예산을 최대한 투입하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청와대 국무회의장에서 만났다. 서울시장은 국무위원이 아니지만 국무회의에 참석할 자격이 있는 유일한 지방자치단체장이다. 박 시장의 측근은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을 건의하기 위해 회의에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메르스 대응을 놓고 최근 두 사람은 충돌했다. 지난 4일 박 시장이 심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비판하자 박 대통령은 다음날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해결하려 할 경우 혼란을 초래한다”고 비판한 일이 있다.

 박 시장은 이날 국무회의 토론시간에 “한 말씀 드리겠다”며 발언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고개를 끄떡이며 발언 기회를 줬다.

 마이크를 잡은 박 시장은 “대통령께서 (전문가가 권한을 갖는) 즉각대응팀 구성을 비롯한 메르스 총력대응체제를 마련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얘기한 신속한 역학조사·격리 등 여러 조치가 필요하고 적절한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며 “(대통령이) 현장의 애로사항을 많이 들어보고 정부 차원의 조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 시장은 또 “대통령께 전국 시·도지사 회의 소집을 제안드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이 나서 “행정자치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 배석하에 10일 전국 시·도지사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박 시장의 면전에서 다시 한 번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긴밀한 공조를 강조했다. 모두발언에서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조율 없이 독자적으로 대응하면 국민이 더욱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빈틈없는 공조체제를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경제상황 위축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가 우리 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메르스 발생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모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임금피크제는 기성세대가 정년 연장을 하면서 임금을 조금씩 양보해 미래세대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임금피크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우리 아들딸들의 희망을 꺾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경환 총리 대행이 컨트롤타워=최경환 총리 대행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범정부 메르스 일일 점검회의를 열었다. 그는 “현 상황은 감염병 위기경보의 ‘주의’ 단계지만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심각’ 단계 수준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최고위급 협의체인 ‘범정부 메르스 일일 점검회의’를 매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매뉴얼에 따르면 감염병 위기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의 순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총리 대행이 매일 ‘최고위급 협의체’를 강조하며 회의를 열기로 한 건 정치권 일각의 ‘컨트롤타워 부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신용호·강인식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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