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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들도 여의도 … 면세점도 여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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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8일 낮 12시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중국 저장성(浙江省)에서 온 스물여섯살 동갑내기 친구 위루(余<7490>)와 탕웨이지아(唐<7EF4>佳)가 점심 식사거리를 고르고 있다. “대게? 한쿡산?” “개불 쥬세효.” 서툰 한국말로 러시아산, 미국산 킹크랩 말고 한국산 대게는 없느냐, 개불을 먹겠다고 한다. 중국어가 유창한 어시장 직원이 응대에 나선다. 이들은 “유튜브에서 노량진수산시장을 보고 찾아왔다”며 “중국보다 대게가 싸고 신선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난 다음은 63빌딩에 가서 아쿠아리움과 전망대를 구경할 예정이라고 했다. 1주일 자유여행을 온 이들의 한국 여행 나흘째 ‘여의도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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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커(遊客·중국인관광객) 사이에서 노량진수산시장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남자 주인공 도민준(김수현 분)이 개불을 사간 곳으로 유명하다. 함평상회 송기중(60) 사장은 “멍게나 해삼을 한국말로 주문하는 관광객도 꽤 있다”며 “싱싱한 해산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자랑을 하더라”고 말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따르면 주말에는 500~600명의 유커가 이곳을 찾는다.

 중국인 관광객이 명동·동대문·남산 같은 전형적인 ‘유커 관광지’를 벗어나 노량진수산시장-63빌딩-한강유람선-IFC몰-국회의사당 등지로 이어지는 ‘여의도 코스’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자유롭게 코스를 짜서 다니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이런 경향은 더 하다.

 지난해 문화관광부의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22%가 여의도·한강유람선을 다녀갔다. 이 중 대부분이 중국인 관광객이다. 한강 유람선을 운영하는 이랜드크루즈는 “평일에도 하루 2000명씩 중국인 관광객이 이용한다”며 “크루즈 안팎에 설치해 놓은 드라마 촬영현장과 배우 사진 앞에 늘 유커가 길게 줄을 선다”고 했다. 한강 유람선을 이용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3년 3만5000명(월 평균 2900명)이었는데 올해는 1~5월에 이미 15만명(월 평균 3만명)이 찾았다. 겨울 비수기가 포함돼있고, 여름 성수기 전인데도 2년 전보다 월평균 10배가 넘게 늘어난 것이다.

 여의도 일대를 헬리콥터를 타고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헬기 투어’는 한국인이 아닌 유커가 주고객이다. 2배 넘게 많다. 헬기투어 운영업체인 블루에어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이용자는 2422명인데, 유커는 4917명이 헬기를 탔다. 잠실에서 여의도로 날아가 국회의사당과 63빌딩 등을 돌아보는 15분짜리 코스가 가장 인기다. 탑승자 수에 따라 1인당 17만~46만원으로 적지 않은 가격인데도 그렇다. 블루에어라인 관계자는 “슈퍼주니어 같은 한류스타가 헬기 투어를 하는 모습이 TV 예능프로그램에 나온데다가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모습을 색다르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의사당에서도 잔디마당 분수대를 배경으로 ‘한국 국회 인증샷’을 찍는 유커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황금색으로 ‘골드바(금괴)’라는 애칭이 붙은 63빌딩과 복합쇼핑몰인 IFC몰도 자유 여행을 온 유커가 즐기는 관광 코스다. 요즘은 10만원 수준의 한강 요트 체험도 인기다. 아직 이용객이 많지는 않지만 증가세가 가파르다. 마리나클럽&요트에 따르면 2012년 60명에 불과했던 중국인 체험객은 지난해 400명으로 6배 가까이 늘었다.

 ‘유커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여의도는 ‘면세점 후보지’로도 부각되고 있다. 명동 일대나 동대문 같은 ‘유커 상권’보다는 면세점 유치 경쟁이 덜하지만, 한화갤러리아와 유진기업, 심팩이 여의도를 면세점 부지로 선정하고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대기업 중 유일하게 여의도를 택한 한화갤러리아는 랜드마크인 63빌딩에 2000억원을 투자해 면세점을 중심으로 ‘여의도 관광 인프라’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황용득(61) 한화갤러리아 대표는 “단순한 면세점 쇼핑만 가지고 유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며 “복합 엔터테인먼트 시설인 63빌딩은 물론 인근의 특급호텔이며 수산시장, 한강 수상레포츠까지 연계해 새롭고 신선한 관광 코스로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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