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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주택가 "청소년술집"성업|압구정동·신사동 일대 교복·두발 자율화 이후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남녀 중·고교생들을 상대로 하는 「피자파이 전문점」「퍼브레스토랑」「카페」등 외색간판의 간이음식점들이 최근들어 고급 아파트단지와 주택가 주변에서 성업중이다.
이들 업소들은 대부분이 칸막이를 설치, 성인출입 술집분위기를 풍기는가 하면 중·고교생들에게 공공연히 술·담배를 팔고 한잔에 2천원짜리 코피, 한접시에 1만5천원까지 하는 피자를 파는 등 청소년들의 사치조장과 탈선의 새로운 문제지대가 되고있다.

<실태>
이 같은 업소들이 몰려있는 곳은 한양·현대등 고급아파트와 고급주택이 밀집해 있는 서울 압구정동·신사동일대. 「피자파이 전문점」간판을 건 읍식점만도 30여곳이 모여있다.
「카페 인형의 집」의 경우 하오4시쯤이면 좌석40여개중 절반가량을 업소부근의 Y중·Y고· K고교생들이 메운다.
남녀학생이 반반씩. 책가방을 옆자리에 둔 채 천연스럽게 담배를 피워물고 있다.
술을 팔기 시작하는 하오6시쯤 중·고교생7∼8명이 남아 맥주·진토닉 등 칵테일을 시켜 어른스럽게 마셨고 구석진 칸막이 좌석에선 숏커트와 더벅머리의 남녀고교생이 술잔을 마주하고 있었다.
칵테일을 마시고 있던 송모군(17·Y고2년)은 『음식점이나 빵집은 이제 촌스러워 못다니겠다』며 『겉으로는 술집이 아니면서도 똑같은 분위기나 기분을 낼수있어 이곳을 좋아한다』고 했다.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 카페 출입 얘기가 새로운 화제이지요』
지난 봄부터 드나들기 시작했다는 최모군(18·S고2년)은 까만 옷에 흰옷을 받쳐입으면(와이셔츠에 양복입으면) 이 근처에서 못갈곳이 없다고 말했다.
피자파이집 출입고객의 대부분은 여고생.
여학생들은 한접시에 5천원부터 1만5천원까지 하는 피자를 시켜놓고 디저트로 코피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업소들은 공통적으로 10여평규모지만 쿠션의자·색조명·실내장식 등으로 사치스런 분위기.
「예랑카페」종업원 노병구씨(25)는『교복자율화조치 이후 중·고교생들의 옷차림이 세련돼 대학생이나 일반손님과 구별이 힘들다』며 『장사를 하려니 일일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수도 없다』고 했다.

<값비싼 메뉴>
한양아파트단지 맞은편 피자파이전문점의 경우 한접시에 5천원이 넘는 피자종류만도 11가지.
여기에 디저트인 코피는 설탕·크림향료의 혼방정도에 따라 모두 23가지.
「발레르모 피자」「볼로냐 피자」「사랑의 묘약」「고성의 신비」등 묘한 이름을 붙인 피자·코피 값은 시중보다 3∼5배가량 비싼편.
이밖에도 「술로우 진」「알렉산더」「핑크레디」등 10여종의 칵테일과 맥주 등 주류를 팔고 있다. 가격은 칵테일 한잔에 2천∼3천원으로 다른 곳보다 5백원정도 비싸게 받고있다.
정모양(J여고1년)은 국민학교때부터 모았던 40여만원의 저금으로 요즘 친구들과 피자를 사먹고 있다고 했다.

<문제점>
이들 업소는 모두 유흥음식점이 아닌 대중음식점으로 허가를 받고 있다. 이는 대중음식점이 미성년자의 출입을 거의 단속하지 않는 허점을 노렸기 때문이다.
특히 장소가 고급 아파트와 주택가 부근이기 때문에 단속마저 거의 없고 고객의 대부분이 부유층 자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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