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사스 땐 전쟁하듯 대처 … 메르스 격리자 철저 관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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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77·사진) 전 국무총리는 2013년 2월부터 7월까지 중앙일보에 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고건의 공인 50년 국정은 소통이더라’를 연재했다. 초임 사무관 때부터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50년간의 행정 경험을 115회에 걸쳐 기사로 녹여냈다. 2년이 지나 뒤늦게 회고록의 열세 번째 꼭지 ‘전쟁 같았던 방역 작전’ 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을 뜨겁게 달궜다.(본지 2013년 2월 28일자 10면)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방어에 나섰던 고 전 총리의 경험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국내 발병 이후 혼선을 거듭하고 있는 현 정부의 행태와 대조가 되면서 네티즌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4일 고 전 총리를 전화 인터뷰 했다. 그는 말하길 꺼렸다. “인터뷰는 절대 안 한다. 바깥에 있는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뿐이었다. 설득 끝에 몇 마디 조언을 얻었다. 고 전 총리는 ‘철저히’란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남기고 싶은 이야기’ 연재 당시 비공개로 했던 녹취 내용도 아래 일문일답에 담았다.

 - 메르스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상황을 어떻게 보나.

 “상황 파악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거다. 내가 알 수가 있나. 다만 그때(2003년 사스 발생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때는 초기에 예방을 했고 지금은 초기가 지나버렸다. (2003년) 우리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철저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이번엔) 전쟁이 이미 벌어졌다. 전쟁을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

 - 대응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상황이 다르니 대비하는 방법이 달라져야지.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원칙은 똑같다. 당시 담화문에 발표(2003년 4월 28일)한 내용 그대로다.”

 - 어떤 원칙 말인가.

 “사람, 생명이 관계되는 문제다. 인력과 조직 총동원은 당연한 거다. 범정부적으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지혜를 모아서 철저히 해야 한다.”

 - 왜 범정부 대응이 중요한가.

 “2003년 방역 인원이 부족했다. 처음에 간호대 학생들을 동원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결국 군의관과 군간호사를 동원하게 됐다.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같은 장관급인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총리실에서 해야 하는 일이다. 당시 총리실 산하에 조직을 직접 설치한 이유다. 거기서 차이가 나는 거다. 정부 힘만으로도 안 된다. 의사협회 등 민간의 협력도 필요하다.”

 - 사스에 대한 공포는 어느 수준이었나.

 “국민적으로 사스 공포는 대단했다. 정부 각료들도 그랬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 나름의 전시(戰時) 상황 아닌가. 일부러 사스 발병 지역인 홍콩에서 온 항공기 입국장을 방문했다. 감염 의심자 채혈 현장도 찾았다.”

 - 당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한국의 사스 대응 체제를 칭찬했다.

 “김치와 마늘 때문이라고 소문이 났는데 사실 군 병력까지 동원해내는 상황 대처 시스템, 범정부 차원의 위기 대응 시스템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 현재 메르스 사태 수습에 있어 가장 우선해야 하고 문제시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나.

 “제일 문제가 자가 격리자 문제다. 자가 격리자에 대한 추적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 메르스 대응 초기에 어떤 문제가 있었다고 보나.

 “질병관리본부가 있다고 해서 처음에 모든 걸 질병관리본부에 밀어놓으니까…. 처음부터 범정부적 태세가 됐어야 하는데 안 됐다. 지금은 범정부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걸로 안다. 이제부터는 철저히 해야 한다.”

 - 총리 부재 상태다. 컨트롤타워는 누가.

 “…. 청와대에서 회의를 하고 했으니 (컨트롤타워가) 되겠지. 그런 역할이 이뤄질 수 있지 않겠나.”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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