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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불만 아들이 투서" 설|거화 김창원 회장 구속 수사의 속사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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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거화 회장 김창원씨(67)에 대한 검찰수사는 익명의 투서로 착수됐으며 이 투서는 회사 경영권을 둘러싼 집안 싸움에서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새사장 취임을 방해>
회사경영권을 둘러싼 불화는 거화 방계회사인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코리아스파이서 공업주식회사 사장 김준식씨(36·서울 이촌동 현대아파트 11동30l호) 가 지난 10윌 주주총회에서 전격 해임되자 사장 김씨가 주주총회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제기해 드러났다.
김 회장의 3남인 준식씨는 중앙대와 영국 웨스턴 런던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한때 한국기계주식회사 독일 사무소장을 지내다 아버지 밑으로 들어가 신원개발 이란 사무소장, 신진자동차 해외담당 부사장직을 거쳐 2년 전부터 코리아스파이서의 사장으로 경영을 맡았다.
김 사장은 경영능력이 뛰어나 적자 투성이던 회사를 2년만에 연간 20억 원의 흑자회사로 올려 세웠다는 것.
임직원들 사이에도 신망이 두터웠으나 주주총회에서 사장직에서. 해임되고 주주중 한사람인 전상공부장관 이낙선씨가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갖가지 억측이 나도는 가운데 최근 김 회장이 「거화」를 처분하려 하자 3남인 준식씨가 이를 정면 반대하면서 자신이 거화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부자간에 불화가 생겼고 급기야 해임 사태까지 몰고 왔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준식씨는 자신이 해임된 주주총회는 이사 정족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것으로 정관에 없는 절차였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 법원에 주주총회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신임사장 이씨가 출근하는 첫날 일부 회사종업원들은 『전임사장이 능력도 있고 해임될 만한 사유가 없다』며 이씨에게 강력히 항의, 집무를 보지 못하게 방해를 놓기도 했다.
이에 김 회장은 이 회사 윤남중 이사 등 3남 김씨의 심복 간부 6명을 걸어 업무방해 협의로 고소, 서울지검에서 함께 조사중이다.
이 같은 경영권 다툼으로 3남 김씨가 김회장 비위 투서에 대한 가장 짙은 협의를 받고 있으며 김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3남은 행방을 감추고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 사장 측은 투서를 극구 부인하고 있으며 검찰 조사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측근들이. 전했다.

<아들 4명중 2명 이복>
○…김 회장은 4명의 아들을 두고있으나 장남 남식씨(42) 와 3남 준식씨만 한 어머니 일뿐 나머지 2명은 어머니가 각각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4명 모두 김 회장 밑에서 일을 했으나 3남 준식씨가 최근 축출된 것을 마지막으로 모두 아버지 밑을 떠났다.
장남 남식씨의 경우 한때 택시 운수사업을 하다 GMK시절 공장장으로 있었으며 아버지 밑에서 「거화」 사장으로 일하다 2년 전쯤 미국으로 건너갔다.
남식씨의 도미 행과 관련, 주위에선 부자간 불화로 회사 돈 수억 원 (4억 원 또는 50억 원이나 불확실) 을 챙겨 달아났다고 말하고있다.
김 회장은 최근 장남 남식씨와 화해할 결심을 하고 일본에서 만나기로 약속까지 했으나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2남 흥식씨 (40) 는 혼자 힘으로 청주서 생수 (생수)사업을 하고 있으나 최근 경영난으로 C회사에 주식절반을 넘겨 공동운영하고 있다는 것.
흥식씨도 검찰에 불려 조사를 받았으나 역시 투서할 이유가 없다고 답변하고 있다.
4남의 용식씨 (35· 서울 논현동 250) 도 한때 「거화」대표이사를 역임하다 최근엔 김 회장 밑을 떠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와 함께 출두>
○…지난달 16일 김창원 회장에 대한 투서를 받은 검찰은 서울지검형사부 김학재 검사에게 사건을 맡겼으며 김 검사는 서류검토를 끝낸 뒤 바로 소환장을 김 회장 앞으로 보냈다.
김 회장은 지난달 31일 강달수 변호사와 함께 검찰에 자진출두 형식으로 소환에 응했으며 검찰에서 2일 밤을 지내며 조사를 받은 뒤 2일하오 일단 귀가시켰다가 3일 상오 다시 연행했다.
조사를 받는 도중 김 회장은 8만여 달러를 현지에서 사용한 후 뒤늦게 회사에 입금한 사실은 시인했으나 또 다른 9만여 달러를 도피시켰다는 진정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는 것. 한편 김 회장은 익명의 투서를 한 사람에 대해 수사관이 『아들 중 한사람이 아니냐.』고 묻자 처음엔 묵비권을 행사하다가 『그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 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구 20분만에 영장>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날 상오 11시40분쯤 서울지검 김학재 검사가 청구, 서울형사지법 문광길 판사에 의해 20분만에 발부됐다. 김씨의 이 같은 영장 발부과정은 그 동안 대형 경제사범의 경우 일반 영장과는 별도로 서울형사지법 수석부장판사에 의해 발부돼 오던 것과는 달리 일반 영장과 똑같이 당직판사에 의해 발부됐다.
○…회장 김씨가 구속된 이날 정오쯤 거화가 세든 서울 여의도동 35의4 한국화재보험협회 11층 본사에는 남상묵 사장 등 80여 명의 본사 직원들이 구속사실을 모르는 듯 점심시간을 맞아 모두 자리를 비우고 여직원 5∼6명만이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김 회장 구속영장 전문>
피의자는 서울여의도 동614의1소재 주식회사 거화 회장으로▲84년 1월 중순 미국뉴욕에서 주식회사 거화의 거래처인 FPI사로부터 받을 오퍼수수료 8만6천2백7달러를 법에 따라 국내 은행에 송금시켜야함에도 위 회사 사장「아자린」으로부터 이 돈을 직접 수령, 현지에서 처분하여 외화를 도피시키고▲그해 4월26일 FPI사로부터 받을 오퍼수수료 7만2천4백70달러가 미 뉴욕에 있는 피의자 회사 대리인 정점산에게 지급되었음에도 같은 해 10월 중순까지 지체없이 이를 회수치 않고▲같은 해 7윌26일 FPI사로부터 받을 오퍼수수료 2만5천7백61달러가미뉴욕에 있는 피의자 회사대리인 정점산에게 지급되었음에도 그해 10월 중순까지 지체없이 이를 회수치 않고▲78년 9월16일부터 같은 해 12월24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인용도로 사용키 위해 성명 불상자로부터 전후 7회에 걸쳐 미화 합계 23만2백 달러를 차용, 비거주자간의 외화채권발생의 당사자가 된 자로서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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