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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완만한 둔화, 2∼3년후 상승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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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내년의 세계경제를 전망하는데 있어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미국금리의 향방이다. 지난 여름이후 미국 경기가 둔화 기미를 보이면서 다소 완화되고 있는 금융긴축이 11월의 선거후에 다시 강화되면서 금리가 상승하리라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미국금리가 현재수준에서 상승하더라도 금년 중반의 피크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
선거 이후에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조치들이 취해질 것으로 보이며, 이것은 비록 한 두해 사이에 괄목할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투자가들의 기대에 영향을 미쳐 금리의 안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설비투자 확대지속>
게다가 연방준비이사회가 선거후에 큰폭의 금리상승을 초래할만큼 금융긴축을 강화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지난 2년의 활발한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의 두드러진 가속화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상품가격이 내년에도 대체로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달러가 급작스런 약세로 반전하지 않는 한 수입인플레요인은 크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간의 빠른 설비투자증가를 반영하여 설비가동률도 안정되어 물가압박이 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금년 하반기의 미국경제 성장이 상반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연율 4%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급속한 경기냉각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러한 경기의 진정은 오히려 앞으로 극심한 정책기조의 변화없이 보다 지속적이고 착실한 성장을 가능케하는 바람직한 진전이라고 볼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때 내년에도 미국경제는 3∼4%의 실질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에 비교적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그간의 경기회복을 주도해왔던 건축활동 및 자동차를 포함한 내구소비재수요가 위축되고 소비수요도 둔화되는 반면, 설비투자는 비교적 빠른 확대가 지속될 전망이다.
여타 선진국의 성장은 미국의 수입수요, 그리고 인플레퇴치·재정건실화·노조의 파업등 각 나라마다 당면하는 제약요인에 주로 좌우될 것이다. 내년에 미국경기가 둔화되고 달러도 완만하게나마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서 금년에 약 30%에 달할 미국의 실질수입 증가는 내년에 5∼8%에 그칠 전망이다.
따라서 금년에 대미수출의 급증을 보인 일본·유럽 및 신흥공업국의 수출증가는 내년에 상당히 약화될 것이다.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리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지난 2년간 번번이 빗나갔었다. 그러나 현재의 환율이 확대되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좁히지 못할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
자본수지에 있어서도 중동등 국제정세의 불안, 유럽경제의 상대적인 활력저하등 달러를 떠받치는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기는 하나 미국 고금리의 완화, 국제금융위기의 극복, 일본의 금융시장 개방화와 금리자유화 진전등은 점차 달러를 약화시켜 갈 것이다.
이밖에도 일본은 적자국채의 발행을 축소하기 위한 재정긴축이, 유럽제국에서는 산업합리화 추진 등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 성장의 저해요인이 되고있다.

<보호무역 한층 강화>
그러나 유럽국가들은 그간의 긴축노력에 힘입어 인플레를 수속하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서 앞으로 긴축의 완화, 세제상의 투자촉진 등 보다 과감한 경기지지 정책을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들 선진국은 금년보다 다소 낮거나 거의 이에 맞먹는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도상국 전체로서는 오히려 금년보다 높은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이들의 외채문제가 최근 멕시코 등 거액채무국들에 대한 상환연기조치로 위기를 넘김에 따라서 무리한 긴축을 강요받았던 이들은 국내의 정치·사회적인 상황을 감안하여 긴축을 다소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국제고금리와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원자재 수출가격의 약세 전망 등에 비추어 볼때 쉽사리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제원자재 가격의 약세는 외환부족에 직면한 개도국들이 공급물량을 확대시키는 반면, 고금리에 따른 재고수요 부진·자원절약적인 기술진보등에 따라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데 기인한 것이다.
이런 사정은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나 달러가 약세로 전환할 경우 달러표시 가격은 다소 상승압박이 있을 것이다.
원유가격은 최근에 일부 비OPEC국가들의 가격인하에 따라 OPEC의 공시가도 위협을 받고 있으며 86년께까지 현재수준에서 상승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들의 증산여력과 계속적인 유전개발 노력에 비하여 수요증가는 미약하기 때문이다.
좀더 길게 보아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의 하나는 보호무역장벽이다. 미국은 선거와 관련한 업계의 수입규제압력과 경상수지적자에 따라서, 또 유럽국가들은 11·5%에 달하는 실업률로 인하여 무역장벽은 오히려 높아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신흥공업국가들에 대해서는 일반특혜관세제도 (GSP) 를 시장개방과 지적 소유권 보호등 상호주의를 요구하는 지렛대로 활용할 전망이다.
보호무역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잘 정비된 사회복지제도와 노동조합의 이해관계로 인해서 선진국에서의 산업구조조정 노력이 미흡한데 있다. 그러나 근년에 미국·일본을 중심으로 첨단산업의 투자확대, 사양산업의 활성화 등 산업조정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80년대 후반에 선진국의 노동력 증가속도가 낮아져 실업의 압박도 상당히 완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1985∼86년의 경기둔화가 완만한 채로 다시 경기상승기를 맞게되면 보호무역에 대한 선진국의 정치적 압력은 다소 후퇴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기업 활성화필요>
내년에는 세계경제의 성장이 금년보다 상당히 둔화되고, 특히 우리수출시장의 3분의1 이상을 점하는 미국의 수입증가가 크게 약화되어 수출여건은 나빠질 것이다. 더구나 철강수출의 자율규제·컬러TV의 덤핑판정 등 새로운 무역장벽도 수출을 상당히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목표에 집착한 집중호우식 수출은 오히려 매우 위험한 것이다. 수출구조의 고도화·고급화·다양화, 시장의 다변화를 통하여 보호무역의 제약을 최대한 극복하고 국제분업상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전략을 착실히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조세 금융 등의 지원을 효율적으로 확대함으로써 기술개발투자 및 기술집약적인 신기업이 활성화되고 특히 중소기업의 기술 및 생산성 기반이 제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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