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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윤리경영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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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포스코 직원들은 2일부터 이색적인 신분증을 달고 다닌다. 신분증 뒷면에 윤리경영 진단 5개 항목 체크리스트가 붙어 있다.

자가 진단 항목을 보면 '지금하는 행동이 공개돼도 부끄럽지 않은가?''타인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지 않은가?' 등이다. 직원들이 일을 할 때 항시 윤리적인 행동을 하는지 스스로 점검하라는 뜻이다.

포스코는 이날 포항 본사 대회의장에서 아예 윤리규범 선포식을 가졌다. 이 윤리규범은 ▶통상적 수준을 넘어선 어떠한 금전이나 금품, 접대나 편의를 주거나 받지 않으며▶경조사는 업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해 관계자에게 알리지 않고▶경조금은 5만원 이내를 권장하고 특별한 경우라도 10만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는 등 행동기준을 제시했다.

최근 '윤리경영'에 관심을 쏟는 기업들이 부쩍 늘었다. 정부가 공무원 행동강령을 제정.시행하면서 기업들도 이에 발맞추고 있다.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 투명성 차원에서도 윤리경영은 이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거세진 윤리경영 바람=LG그룹도 윤리경영을 위해 '정도경영 사이버 신문고'(ethics.lg.co.kr)를 구축, 이달부터 운영에 들어간다고 2일 밝혔다. 협력업체에 대한 임직원의 부당한 업무처리가 있을 때는 인터넷으로 누구나 제보할 수 있도록 했다.

LG 관계자는 "사이버 신문고 구축에 맞춰 1만여개에 달하는 전 계열사 협력업체에 안내문을 발송했다"며 "주요 협력업체 모임을 통해 납품 및 하도급 관계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 행위를 고발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보자의 신분이 밝혀지거나 불이익을 당했을 때는 손해배상도 해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삼성.현대자동차.SK.한화.금호.대한항공 등 국내 대기업들도 윤리경영을 시행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올해부터 직원들에게 상사의 직무유기나 부당한 지시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금호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협력업체 대표들에게 '윤리경영 동참 확약서'에 서명토록 했다. 금호그룹은 협력업체들이 납품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렀을 경우 즉각 거래를 중단키로 했다.

윤리경영 헛구호 안되려면=대기업들은 선물.향응 등을 금지하고 있지만 접대를 하는 경우에는 윤리경영 지침을 신축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접대 부분은 투명경영의 문제이지 윤리의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거래선과 4인 골프모임을 갖는다면 70만~80만원이 드는데 1인당 10만원이 넘는다고 금지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해당 본부장이 업무 목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비용을 집행하고 세법에 따라 정확히 회계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접대를 하는 경우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리 윤리경영을 선포해도 실효성을 거두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상민 박사는 "윤리경영이 뿌리를 내리려면 윤리행동의 기준 등을 명확히 하고 직원들에게도 인사상 이익 등 동기를 부여해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 윤리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직장 내에서 상하간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사장이 아무리 윤리경영을 외쳐도 직원의 보수가 형편없거나 상하 직원 간 불신이 만연하다면 부정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경련 국성호 상무(윤리경영 태스크포스팀장)은 "정부도 기업 윤리경영이 뿌리내리도록 모범기업에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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