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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순하게 더 달콤하게…언니 마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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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귀 현상 빚는 ‘과즙주’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대만 파인애플 과즙 맥주 ‘펑리 비어’, 거창 사과를 숙성한 ‘산내울 사과주’, 유자를 첨가한 ‘순하리 처음처럼’, 산사춘 열매로 만든 ‘산사춘S’, 유자·자몽 원액을 섞
은 ‘새콤달콤 콤주’, 나주 배로 만든 ‘아락’, 자몽을 첨가한 스파클링주 ‘쏴’, 막걸리에 자몽을 더한
‘아이싱’, 망고 스파클링주 ‘쏴’ [김경록 기자]

'순하리 처음처럼' 주류계 '허니버터칩'
취하기보다 즐기려는 여성 취향 들어맞아
좋은데이, 국순당 과즙주도 뒤이어 인기

독주로 취하기보다는 가볍게 술을 마시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저도주가 인기다. 인공 향료가 아닌 천연 과즙을 섞어 맛과 향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이다. 대표적인 게 롯데주류의 ‘순하리 처음처럼’(알코올 도수 14도), 무학주류의 ‘좋은데이 블루·레드·옐로우’(13.5도), 금복주의 ‘상콤달콤 순한참’(14도)이다. 특히 순하리 처음처럼은 ‘주류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리며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순하리는 고흥 유자 과즙을, 좋은데이는 각각 블루베리·석류·유자 과즙을 첨가했다. 상콤달콤 순한참은 유자 원액을 더했다. 셋 다 천연 과즙을 섞은 저도수 소주임을 강조했다.

 이런 술을 가리켜 ‘레디투드링크’(Ready to Drink)나 ‘알코올팝’(Alcohol-Pop)으로 분류한다. 영어 약자를 따서 RTD 술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술에 탄산이나 과즙을 섞어 달콤한 맛과 향이 감돌고 알코올 도수가 낮다. 아시아 국가 중 RTD 술 시장이 활발한 곳은 일본이다. 도수가 높은 일본 소주에 탄산·과즙을 섞은 ‘추하이’(酎ハイ) 문화가 형성됐다. 니혼슈코리아의 양병일 이사는 “일본은 식사 전 꼭 반주를 즐길 정도로 음주 문화가 일상화된 곳”이라며 “술이 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탄생한 추하이도 일본의 중요한 주류 문화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일본 대형 주류 기업 산토리가 출시한 ‘추하이 호로요이’(3도), 아사히가 만든 ‘디어핑크’(3도) 등이 유명하다. 아직은 둘 다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 과일주스처럼 보이는 감각적인 패키지에 담아 판매하며 캔 제품이 많다. 일본에선 편의점이나 마트에 추하이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로 인기 상품군이다.

 저도주의 인기와 함께 한국에서도 RTD 술이 다양하게 나왔다. 2011년 롯데주류는 ‘리믹스 스파클링 복숭아·레몬·딸기’(7도)를 만들었다. 2012년에는 산사나무 열매와 탄산을 섞은 배상면주가의 ‘산사춘S’(7도)가 등장했다. 같은 해 국순당은 막걸리에 자몽 과즙을 넣은 ‘아이싱’(4도)을 출시했다. 화제는 됐지만 뚜렷한 판매 실적을 내지는 못했다.

 잠잠하던 RTD 시장에 불을 붙인 건 올해 3월 출시한 순하리 처음처럼이다. 홍성원 롯데주류 홍보담당은 “2013년 실시한 소비자 대상 설문 조사 결과 소주의 향과 맛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결과를 보고 개발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한 마케팅 없이 블로그·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뜨거운 돌풍을 일으킨 허니버터칩 후속 주자로 등극했다. 좋은데이 컬러 시리즈, 상콤달콤 순한참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유자·자몽 원액을 섞은 국순당의 ‘새콤달콤 콤주’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술을 해외에서는 ‘프리믹스 술’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유로모니터 리포트는 “RTD 또는 알코올팝에는 합성 첨가물을 섞은 저렴한 혼합주 이미지가 있다”며 “천연 과즙이나 원액을 섞어 맛과 향이 풍부한 술은 프리믹스(Premix)로 분류하는 게 맞다”고 정의한다. 프리믹스란 음식을 만들 재료를 미리 혼합해둔 상품을 뜻한다. 아이스크림 믹스나 쿠키 믹스 같은 디저트 상품이 대표적이며, 소주나 보드카 같은 술에 과즙을 첨가해 칵테일처럼 판매하는 술도 여기에 속한다.

 저도수 과즙주의 인기에 힘입어 신세계 L&B는 이달 진로재팬이 만드는 ‘진로 스파클링’(4도)을 출시한다. 자몽에 탄산과 민트즙을 섞은 추하이다. ‘진로 드라이 스플래시’(7도)는 자몽 과즙을 70%나 첨가했다. 사케 유통업체 니혼슈코리아는 편의점에서 ‘다카라 지카시보리 레몬·복숭아’(4~6도) 추하이 판매를 시작했다.

 프리미엄 시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칵테일 베이스로 좋은 과실주도 주목받고 있다. 배상면주가의 ‘아락’은 나주배·청송사과·완주감 등 지역 특산 과일을 증류해 향이 깊고 끝맛이 부드럽다. 거창 사과를 100일 넘게 숙성한 ‘산내울 사과주’, 예산 사과를 발효해서 만든 ‘추사’는 새콤달콤한 향이 난다.

글=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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