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장 기본적인 준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꼭 해야할 일, 어서 서둘러야할 일인데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때로는 요란한 소리가들리는 것 같은데, 주위에선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
궂은 일, 잘 보이지 않는 일, 사소한 일이 되어서 그런가.
그것이 과연 궂은 일이고, 내버려두어도 될 일인가는 더도 말고 서울 도심의 대중음식점이나 화장실을 가보라. 이것이 어디 올림픽과 갖가지 국제행사를 준비하는 나라이며, 중진국의 속 모양인가.
흔한 말로 86아시안 게임이나 88올림픽만을 핑계삼아 하는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현장 우리의 삶의 터전이 이래서야 어디 되겠느냐는 인간적인 요구 때문이다. 그야말로 인권존중의 문제이고 사람을 사람대접하는 기본권의 문제이다.
우리는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무엇보다 서둘러야할 일이 대중음식점과 화장실의 위생, 청결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의 하나 같은 불만은 언어소통과 택시의 불친절 다음으로 나오는것이 호텔 이외의 음식점에 마음놓고 들어갈수 없다는 것과 공중변소의 불결이다.
불결에는 어느 정도 면역이된 우리들도 음식점에 들어갔을 때 불쾌한 정도를 지나 크게 당황하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우선 종업원의 차림새가 더럽고 시커멓게 땟국이 흐르는 손가락을 반쯤 담가 탕류를 집어 놓는 모습은 역겹기 짝이 없다. 식탁을 오히려 더럽히는 행주, 그 행주 자국이 역력한 식기들, 어두컴컴한 주방, 탁한 개숫물, 벽을 기어다니는 바퀴벌레등, 차라리 모른척 눈을 감고 먹고 싶은 것이 우리가 매일 같이 보는 현실이다.
화장실 또한 예외가 아니다. 공중변소의 태부족은 물론 그나마 있는 것도 관리나 청소상태가 말이아니다. 전국 시장과 공단·터미널등에 공중변소 1천7백여개소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 가운데 25%가량이 아직도 수거식이다.
서울시내 요식업소의 90%가량이 이른바 수세식 변소를 가졌다고는하나 제대로 물이 나오고 악취가나지 않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이른바 유명한 관광지나 국·도입공단 의화장실을 이용해본 사람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의 악취와 불결에 기겁을 할 것이다.
이러한 요식업소악 공중변소의 위생환경 개선은 단시일 안에 이루어질수 없다. 그럴수록 일정한 기일을 두고 패체적이고 완벽한 계획의 시행이 요구된다.
이웃 일본은 지난64년 올림픽을 준비하며 「오륜국민운동회의」란 조직을 구성하고 대대적인 국민의식개혁 캠페인을 벌인바 있다.
『올림픽을 아름다운 국토에서 맞이하자』『국토에서 쓰레기를 없애자』는등 구호를 외쳤고, 후생성은「공공 양소의 청결청소법」까지 개정했다. 1천9백25억엔의 예산을 ?입, 5개년계획으로 공중변소를 증설하고 기존 화장실도 수거식에서 수세식으로 가꾸고 장기저리 융자로 민간 변소에 정화조를 설치, 관광객이게 개방하도록 했다. 그 결과 동경의 수세식변소 보유율을 당시 6.4%에서 15.6%로 높였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올림픽개최 기간중에는 경기강 주변과 횃불봉송 코스에는 이동 수세식 화장실인 토일레트·카를 운영하기도 했다.
요식업소와 공중변소의 위생과 확충은 이처럼 충분한 기간을 두고 가장 확실하게 추진돼야만 한다.
그것은 행정적인 지시나 독려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범국민적으로 위생의식을 고취할 수 있도록 실천적인 계획을 세우고, 예산과 행정적인 뒷받침을 해주어야한다. 그리하여 이들 국제적인 대행사가 우리국민의 환경위생의식을 개혁하는 전기로 삼았으면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