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정보독점을 배격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원홍 한국방송공사사장은 24일 제1회 국제방송 심포지엄에서 세계정보유통질서에서 한국은 제3세계에 속한다고 전제하고 한국도 신국제정보질서구축에 기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신국제정보질서 문제는 현재 강대국의 세계정보유통 독점지배에 대한 제3세계의 국제정보질서 재정립의 요구로 제기된 것으로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최근 활발히 논의돼 온 것이다.
이원홍사장의 이 선언은 국제정보질서에서 한국의 입장을 처음으로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KBS 이원홍사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IBS (국제방송 심포지엄) 서울회의가 정보유통을 둘러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대립을 종식시키고 남남의 세계적 협력체계를 모색함으로써 모두에게 유익한 새로운 정보유통질서의 조화를 찾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커뮤니케이션 테크놀러지의 발달로 하나의 지구촌이 된 세계는 그간 국가간의 자유스러운 정보유통을 방해하는 모든 장벽은 제거돼야 한다는 「정보자유유통」의 원칙만이 절대적으로 고수돼 왔다』고 설명했다.
정보의 자유유통에 대한낙관론이 개발도상국들에 회의를 가져오기 시작한 것은 70년대에 들어서면서 부터.
미디어를 많이 갖고있는 계층·집단·국가일수록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갖게되고 따라서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나타나자 제3세계는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에 앞서 미디어의 불균등한 구조를 바로 잡아야한다고 여기게 됐다는것.
일례로 세계 4대통신사는 미·영·불 3개국이 장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제정보와 문화가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일방적으로 주입되는가하면 국제뉴스 또한 선진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내용만으로 이뤄지며 제3세계 뉴스는 「가뭄」 「재해」등 부정적 뉴스로만 일관됨으로써 질·량에 모두 문제가 있음이 지적됐다.
이를 시정하기 워해 제3세계가 내건 새로운 원칙은 「정보의 자유롭고 균형잡힌 유통」. 균형과 자유의 이념 논쟁은 남북간에 치열하게 전개됐으나 비생산적인 대립만을 심화시켰을뿐 커뮤니케이션의 남북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도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같은 이념싸움을 종식시키고 건설적인 협력을 가져올수 있도록 남북관계의 방향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 그는 IBS서울회의를 통해 대한민국을 비롯한 제3세계가 남북의 조화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구조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갈것을 촉구했다.
이원홍사장은 이 자리가 지금까지 지역적 규모로 이뤄져왔던 제3세계의 협동체제가 방송을 중심으로 세계적 규모로 남남합력체제를 모색하게 된 첫 자리임을 감안, 『여기서 이뤄지는 합의가 개별국가의 방송들에 의해 받아들여진다면 공동이익을 수호하는 선에서 범세계적 제3의 국제정보질서를 탄생시킬수 있을것』으로 내다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