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입찰 기준 변경 … 기술력·경험에 높은 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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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월호 인양 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국부 유출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가 입찰 과정에서 기술력과 과거 인양 경험에 높은 점수를 주는 쪽으로 입찰 기준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러자 세월호만큼 큰 선박을 인양해본 경험이 없는 국내 업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국내업체들은 “외국 인양업체를 위한 들러리 입찰이 되고 말았다”며 “1000억원이 넘을 인양 비용이 고스란히 외국 업체에 넘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31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해양수산부의 ‘세월호 선체 인양 용역 제안 요청서’에 따르면 100점 만점에 기술평가 점수가 90점, 입찰가격 평가는 10점으로 구성됐다. 지난달 22일 해수부는 “기술 평가 점수 80%(80점)와 가격 평가 점수 20%(20점)를 종합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입찰에선 기준을 바꿨다. 그러자 국내 인양업체들은 지난달 29일 해수부가 마련한 사업설명회에서 “갑자기 기준을 바꾼 이유가 뭐냐”며 반발했다.

 기술평가점수 90점 중 과거 인양 경험이 있는 업체에 4점을 부여한 것도 논란이다. 수심 40m 이상에서 6000t 이상 침몰선을 다섯 차례 인양한 업체만 4점을 받을 수 있다. 남아 있는 기름을 제거하는 항목(8점)과 해양오염 사고를 방지하는 항목(3점)도 국내 인양업체에는 불리하다. 총 15점인 이 세 가지 항목에서 점수를 받지 못하면 낙찰을 받을 수 없다.

 현행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기술평가 점수가 85%에 미달하면 협상에서 제외된다. 세월호 인양은 기술점수 90점의 85%인 76.5점 이상이어야 낙찰 대상이 된다. 국내 업체들 사이에선 이런 기준을 맞출 수 있는 업체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에서 침몰 유조선의 기름 제거 작업을 한 경험이 있는 유럽계 업체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국내 인양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도 만만치 않은 인양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데 외국 업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입찰 기준을 바꾼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국내 업체의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현실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주요한 인양은 여러 번 해본 업체에 맡긴다”며 “실종자 가족들도 기술이 뛰어난 회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 업체들이 세월호 인양을 완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업체들에 기술 이전을 하는 곳이 유리하도록 기준을 만들었다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업체들이 23일까지 기술제안서를 내면 심의와 협상 과정을 거쳐 7월 중에 확정된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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