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63) 한화그룹 회장이 차명보유 사실을 숨겼다가 뒤늦게 신고한 계열사에 부과된 세금 5억원을 놓고 과세 당국과 벌인 행정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번 판결로 김 회장은 계열사 신고 규정을 어긴 것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고도 누락된 세금을 내지 않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김 회장이 “한화 계열사 태경화성의 양도소득세 추가분 5억 3600만원의 세금을 취소해달라”며 서울 종로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의 요건’은 공정거래법에 따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에 속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자료를 일부러 늦게 내면 계열사 편입 시기를 소급적용하도록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고 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했다.
이번 소송에서 중요한 쟁점은 과세 당시 태경화성을 한화그룹 계열사로 봐야할지, 중소기업으로 봐야할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이 중소기업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법원에 따르면 김 회장은 1983년 태경화성을 설립하면서 회사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했다. 이 때부터 실질적인 한화그룹 계열사로 볼 수 있지만 공정거래위 등 관계 당국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태경화성은 표면상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중소기업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2009년 6월 누나에게 이 회사 주식 4만 300주를 1주당 3만 5000원씩 받고 넘기면서 중소기업 기준의 양도소득세율(10%)을 적용, 1억 4000만원만 납부했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사 주식을 양도할 경우 20%의 세금을 내야 하고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30%가 할증된다.
김 회장은 2011년 3월에야 태경화성을 한화 계열사로 신고했고, 과세 당국은“태경화성의 설립 시점부터 소급해 계열사로 보면 2009년 양도소득세율도 대기업 계열사 기준을 적용해야한다”면서 5억 3600만원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했다. 이에 김 회장은 추가분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김 회장이 계열사 관련 자료를 누락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부분은 지난해 2월 유죄가 확정됐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