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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외개방의 창"-경제특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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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특구(경제특구)는 창이다. 기술의 창이자 관리의 창이며, 지식의 창이자 대외정책의 창이다.』
금년2월 광동성의 심천·주해와 복건성의 하문등3개 경제특구를 시찰하고 북경에 돌아온 중공의 최고실권자 등소평은 경제특구를 이렇게 평가하면서 특구를 더욱 늘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따라 중공국무원과 당중앙서기처는 지난 4월6일북경에서 「연해도시경제발전토론회」를 열어 현재의 4개 경제특구외에 대연·진황도·천진·연태·청도·연운권·남통·상해·영파·온주·복주·광주·담강·북해등 14개 연안도시를 경제특구와 같은 형태로 개방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중공지도는 이제 위의 대연으로 부터 하단의 해남도에 이르기까지 개방된 도시들로 점철되고 있다. 97년홍콩이 중공에 반환되는 것을 감안하면 중공의 동부해안지대는 그야말로 「태평양을 향해 활짝 열려진 창」이며 나아가「무역입국을 선언하는 포대」라는 느낌마저 주고있다.
중공이 경제특구를 운영하기 시작한것은 79년 7월부터. 당시 당중앙과 국무원은 등소평의 지시에따라 「외국자본흡수를 위한 특수한 방식의 하나」로서 심천·주해·산두·하문을 「수출특구」로 지정, 문호를 개방했고 이어 80년5월 이들지역을 경제특구로 정식 명명했다.
그리고 경제특구에 한해 ⓛ기업소득세를 15% (타지역은33%) 로 한다 ②1백% 외국투자도 가능하다 ③기업·개인의 국외송금을 허용한다④고용에 대한 기업의 자주권을 확대한다 ⑤이익을 재투자할때는 소득세를 면제한다 ⑥합작기간을 장기로 인가한다는등의 특전을 제시했다.
그후 5년간에 걸쳐 이들경제특구는 「중공속의 서방세계」라고 할만큼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가장 규모가 큰 심천의 경우 고층빌딩과 공장·주택들이 속속 들어섰는가 하면 현대식호텔·레스토랑·슈퍼마키트·주유소등이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2·5명당 1대꼴로 보급된 컬러TV (타지역은 1백명당 1대)를 통해 홍콩TV방송의 화려한 쇼프로를 즐기는가 하면 도시노동자임금의 2배가 넘는 월76달러를 받는다.
3백28평방km의 면적에 8만명이던 인구는 12만명으로 늘어났고 90년까지는 40만을 넘어서리란 전망이다.
심지어 심천거리에는 도저히 중공인이라고 생각할 수없을 정도의 현대식 옷차림을 한 청소년들이 일본제카세트와 미국산 코카콜라를들고 다니며 로크음악에 몸을 흔들어대는 모습마저 쉽게 찾아볼수 있을 정도다.
이곳이 불과 5년만에 서방세계와 같은 모습으로 탈바꿈할수 있었던것은 경제특구에 대한 외국기업들의 진출이 급격히 늘어난 덕택이다.
82년말 현재 4개경제특구의 외자도입계약실적은 △심천(3백28㎦)1천6백28건(15억달러)△산두(2㎦)7건(2백50만달러) △주해(7㎦)4백건(2억달러) △하문(3㎦)18건(4천만달러)등인데 최근에는 이들 실적을 훨씬 웃도는 계약들이 체결되고있다.
하문에서는 올 1·4분기에만 32건의 투자계약이 체결돼 계약액만도 80년부터83년까지의 총액보다 많은 1억6천만달러에 이르렀다는소식이다.
이들 합작투자의 반이상은 홍콩계로 아직 화교들에 의한 투자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나 미국·일본기업의 진출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다 최근 중공당국이 경제개혁조치를 발표함에 따라 유럽기업들도 중공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중공이 당면한 가장 절실한 과제는 기술도입과 숙련기술자 양성문제.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공장을 짓고는 있으나 숙련기술자가 부족하고 기술수준도 낮아 생산성을 높일수 없는 고민에 빠져있는것이다.
이때문에 일본과 미국을 방문하는 중공지도자들마다 기술이전을 요청했고 지난 9월에는 이붕부수상이 일본을 방문, 『일텍트로닉스·정보등하이 테크놀러지 분야에서의 기술도입, 인재양성에 힘을쏟고 있으니 일본기업들이 도와주었으면한다』고 솔직한바람을 털어놓은 일도 있다.
또하나 중공당국이 안고있는 골칫거리는 문호개방에 수반해 흘러 들어오는 외국문물의 좋지않은 영향을 어떻게 막아내느냐는 점이다.
이미 심천지구에서는 펑크음악·플레이보이지등이 판을치는가 하면 건달과 깡패들이 마약을 밀매하고 살인을하며 젊은 여인들을 꾀어 매음행위를 시키기도 하는 판이다. 이 때문에 중공당국은 심천외꽉에 80km길이의 전기방벽설치작업에 나서는 한편 중공인의 심천출입을 엄격히통제하고 있으나 이로 인해 심천주민이 홍콩으로 빠져나갈 위험성도 있어 효과적인대응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경제특구는 중공경제를 2000년까지 4배의 규모로 확대시키겠다는 중공정부의 목표를 달성시켜줄 선두주자 구실을 하리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재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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