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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회장 “한국, 전세계 인재 몰려올 ‘매력국가’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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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왼쪽)이 28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네오르네상스관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조인원 경희대 총장과 공영일 전 경희대 총장, 이건수 대한민국 ROTC 중앙회 명예회장, 이동욱 인간과학연구소 이사장,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고문, 조재호 서울대 경영대 교수 등 경희대 이사진과 송필호 중앙일보 부회장, 김교준 중앙일보 편집인 등이 참석했다. [강정현 기자]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이 28일 “현재 한국은 아시아 최고 수준의 개방을 통해 세계의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이는 제3의 개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이날 오후 경희대 네오르네상스관 네오누리에서 한 미원렉처(美源 Lecture) ‘새로운 한·중·일 시대와 대한민국의 꿈’이란 특강에서 “한국은 ‘매력국가’ ‘향기가 나는 국가’라는 비전을 추구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미원렉처는 경희대 설립자인 조영식 박사(1921~2012)의 호 ‘미원’을 따 지은 특별강연 프로그램으로 국내외 석학·전문가 등을 연사로 초빙하는 학술행사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및 학생 250여 명이 청취자로 참석한 강연에서 홍 회장은 “젊은이들은 훌륭한 스펙을 갖고도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지 못하고, 기성세대는 정규직의 특권을 보호하려고 여러분이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며 “선배로서 여러분에게 굉장히 미안하다”고 했다. 이어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최근 뉴욕대 졸업식 축사에서 “여러분, 엿 됐습니다”라고 한 것을 언급하며 “여러분이 소위 엿먹은 세대다. 선배들이 시원치 않아 여러분을 엿먹이고 있다”고 했다.

 홍 회장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 등을 통해 ‘중국몽(中國夢)’을 이루려는 시진핑 주석, 20년 간의 잠에서 깨어나 ‘아름다운 일본’을 추구하는 아베 총리 등 새로운 한·중·일 시대가 한국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중·일이 차지하는 국내총생산(GDP)이 전세계의 21%”라며 “이를 활용하려는 세계의 자본과 인재를 한국에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서구 사람들이 들어가 기업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한국이 대단위의 ‘중국향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보다 훨씬 열려 있고, 역동적인 사회를 만들면 된다. 개화기와 해방 이후에 해냈던 두 차례의 개국에 버금가는, 외국 기업이 활동하기 힘든 규제를 혁파하는 제3의 개국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홍 회장이 제시한 비전은 ‘매력국가’였다. 홍 회장은 “희망은 창업에 있다. 전세계의 인재들이 중국 시장과 한국의 기술력, 문화를 보고 우리나라에 와서 창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송도나 새만금, 제주 등 한 곳을 골라 실험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방을 하는 시도를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현재 서울이 ‘매력도시’가 되지 못하고, 한국이 ‘매력국가’가 되지 못하는 이유로 정치 지도자의 안일한 문제의식을 꼽았다. 그는 “우리가 처한 위기와 기회에 대한 정치지도자의 인식이 너무나도 안일하다. 중국이 세계로 나가고, 일본이 잠에서 깼는데 우리는 무슨 꿈을 꾸는가”라며 “꿈이 없는 사람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있는 것을 나눠먹고 살자는 것은 우리 자식, 손자의 등골을 빼먹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연 다시보기] 홍석현 회장-새로운 한·중·일 시대와 대한민국의 꿈
[강연 질의응답] 홍석현 회장 "한국의 브랜드 정신은 선비정신"

강연이 끝난 후 권기붕 경희대 미래문명원장의 사회로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학생 열두 명이 질문을 쏟아냈다. 한 정치외교학과 학생은 대기업의 횡포를 비판하면서도 대기업 취업을 동경하는 한국 대학생들의 모순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홍 회장은 “일류는 창업을 하고, 1.5류는 대기업에도 들어가고, 의사도 되고, 공무원도 돼서 일류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된다”고 답했다.

 자유전공학과 학생이 중국의 공자정신, 일본의 사무라이정신처럼 한국의 브랜드로 내세울 정신이 무엇이냐고 묻자 홍 회장은 “우리에겐 선비정신이 있으며, 그 요체는 염치”라며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이 몽촌토성을 보며 백제 문화에 대해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고 했는데 바로 이것이 선비정신”이라고 설명했다. 한 학생이 “기성세대로서 엿 먹여 미안하다”는 홍 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엿 맛있게 먹었고, 강연 인상깊게 들었다”고 말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강연과 질의응답 전문은 www.joongang.co.kr에서 볼 수 있다.

글=유지혜·조혜경·노진호 기자 wisepe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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