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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정상회담 이어 연합훈련 … 서방 압박에 '국익 수호' 동맹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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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중국의 지중해 합동 군사훈련 ‘해상 협력-2015’에서 긴급 전술회의를 하고 있는 양국 해군 지휘부. [리아 노보스티]

러시아와 중국의 대규모 해상 군사훈련 ‘해상 협력-2015’가 지난 5월 21일 지중해에서 막을 내렸다. 이번 훈련에는 러·중 해군 군함 9척이 참가했다. 러·중 해군 대표들의 견해에 따르면 이 군사훈련은 먼 해상에서 발생하는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준비태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훈련 본부는 세바스토폴 소속의 러시아 미사일 순양함 ‘모스크바호’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러시아연방에 자진 편입된 세바스토폴을 흑해와 지중해를 담당하는 군사기지로 사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번 군사훈련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시행됐다. 공식적으로 이번 훈련은 제3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핵심 목적은 전 세계 해양의 안정과 새로운 도전 및 위협에 대응할 목적으로 양국 해군의 협력을 점검하는 데 있었다.

서방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 상황과 더불어 미국 및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상당히 악화된 2014년부터 러시아가 훈련과 전투 준비태세 점검을 더 빈번하게 시행하기 시작한 점을 주목한다. 러시아 측은 “국경 코 앞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활동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국익을 수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왔다. 그러므로 합동 군사훈련은 러시아가 영토 밖에서 자신의 이익을 수호할 수 있고, 동맹국의 지원도 받을 수 있음을 서방에 드러내놓고 과시하는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 언론이 군사훈련에 특별히 주목하지 않은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이번 훈련이 두 우방국의 통상적인 활동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역내 국가들도 비교적 잠잠했다. 러·중 군사훈련에 대해 격렬히 반대하고 나선 국가는 없었다. 예를 들면 터키(나토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나 시리아 같은 일부 국가에는 지중해 해역 내 비서방 세력의 존재가 세력 균형에 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자국의 방위력 발전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과 함께 특히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분쟁 지역들에서의 해상 장악력과 병참선 수호가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물론 과거 중국 군함들도 지중해에서 작전을 펼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작전으로는 2011년 리비아에서 자국 근로자 3만 명을 소개한 작전을 들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이 소말리아 부근 해상에서 해적 퇴치 임무를 수행한 함정들을 흑해와 지중해 지역으로 파견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파견된 프리깃함 두 척과 보급선 한 척은 예멘에서 중국인들을 소개하는 데 동원됐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와 중국 함정들이 지중해 훈련 과정에서 항해 안보 강화와 공해상 보급, 상선 호위 임무를 점검했다고 말했다. 중국 분석가들은 지중해에서 러시아와 합동 군사훈련을 한 경험이 중국의 대양함대 발전에 매우 유익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러한 협력은 군사 분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도 대폭 강화해 준다.

횟수도 너무 많지 않고 비밀도 아닌 없는 군사훈련은 ‘유럽이 나토만의 세력권이 아니다’라고 서방에 그냥 메시지를 전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해 보인다. 또 다른 강력한 메시지는 시 주석이 대조국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는 점이었다. 그런가 하면 푸틴 대통령도 오는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2차대전 승리 기념 군사행진에 참석할 예정이다. 여기에도 꽤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위대한 양국 국민이 승리와 쓰라린 역사적 경험을 서로 공유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사실상 ‘억지로 부풀려 놓은’ 러시아와의 대립때문에 세계의 지정학적 상황에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발생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의 지도국이자 절대적 권위자가 더 이상 아니라고 본다. 훨씬 더 매력적인 다른 협력 방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브릭스(BRICS)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활동 경험만 아니라 유라시아 내 협력 발전을 위한 대규모 다자 이니셔티브가 이런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한편 모든 국가가 러·중 밀착을 환영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최근 아베 일본 총리의 방미 과정에서 미·일 군사정치 동맹 강화가 발표됐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러한 행보에 탐탁지 않은 평가를 내놓았다. 일본이 많은 경제통상·투자 협력 계획에서 이탈하고 정치적 미숙성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반응은 훨씬 더 신중해 보인다. 한국은 대러 제재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을뿐더러 러시아와의 협력 규모도 확대하고 ‘유라시아’ 공동 프로젝트들에도 참여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국은 러시아만 아니라 중국과도 심각한 정치적, 경제적 이견이 없다. 더욱이 러시아와 중국은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에 대해서도 확실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통상 중국의 경쟁자로 간주돼 왔던 인도도 러·중 협력 심화에 상당히 합리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모디 인도 총리의 새로운 대중국 정책은 견제와 경쟁보다는 오히려 포괄적 협력을 지향하고 있다.

러시아·중국의 지중해 합동 군사훈련 ‘해상 협력-2015’에 참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기부양정
‘사뭄’. [리아 노보스티]

러시아와 중국은 군사 분야 협력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러·중 해군의 2차 군사훈련은 오는 8월 동해에서 시행된다. 이 밖에 모스크바 근교에서 열리는 ‘2015 무기 박람회’ ‘전차 바이애슬론 대회’ ‘공중사격대회’에는 중국 대표단도 참가한다. 탄두를 포함해 공중 목표물 요격 분야에서 ‘상대가 없는’ 러시아산 최신 지대공미사일시스템 ‘S-400’을 중국이 구매할 가능성도 전문가 그룹에서 폭넓게 거론되고 있다. 또 과거 중국에 제공되지 않았던 다른 첨단 무기 공급 협상도 진행되고 있다. 이런 협력은 위협이 아님에도 오히려 미국과 그 동맹국은 위협이라고 상상한다. 이들은 모종의 외부 적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팽창주의적 ‘인도주의 개입’ 정책과 관행을 곧잘 정당화한다. 러시아도 중국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대한 공격할 계획이 없다. 러시아와 중국이 방위력을 강화하는 핵심 목적 가운데 하나는 자국 국경 부근에서 노골적 도발에 가까울 정도로 벌이는 부적절한 군사 활동을 방지하는 것일 뿐이다.

안드레이 구빈 (극동국립대학 국제관계학 교수)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중국 도원결의 뜻은
러 국경 해상서 나토 활동 급증
미·일, 남중국해서 중국 견제
아태지역 바다 화약고 변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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