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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달러화강세…그 배경과 영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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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무리 효과적인 경제처방을 써도 우리힘으로 어쩔수없는 것중의 하나가 국제외환시장에서의 달러값과 국제금리다.
달러값이 크게 오르면, 다시 말해 미국의 달러화에 대한 영국의 파운드화나 독일의 마르크화 환율등이 크게 오르면 원화의 환율도 큰영향을 받아 우리의 외채상환·수출입·국내물가등에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그 달러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바로 18일만해도 한때 세계경제를 주름잡았던 영국파운드화의 환율이 하루만에 달러당 1.5% 하락, 파운드화의 시세가 역사 최저(파운드부 1.186달러)를 기록함으로써 런던 외환시장은 난리가 났다.
기왕 같은 돈을 가지고 있을 바에야 하루가 다르게 값이 떨어지는 파운드화로 갖고있느니 값이 비싼 달러화로 갖고있어야 한다는 계산에서 파운드를 달러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법석을 떨었기 때문이다. 과거 큰 사회적인 혼란을 몰고왔었던 환투기와 비슷하다.
달러값이 오르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차 석유파동이후부터 약3년간 달러화는 미국의 거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강세를 지속해왔고 올들어 지난3월 잠깐 약세로 돌아서는가 했더니 다시 꾸준히 값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말의 시세와 비교해보면 올들어 이달 중순까지 미달러화는 서독의 마르크화에 대해서는 15%, 영국의 파운드화에 대해 21.7%, 프랑스 프랑화에 대해 14.9%, 일본의 엔화에 대해 7.4%씩 각각 올랐다.
또 국제통화의 기준이되는 SDR (국제통화기금의 특별인출권) 에 대한 달러값은 82년 12월말 1.1031달러, 83년 12월말 1.0469달러등으로 항상 달러값이 SDR값보다 쌌다.
그러나 최근에는 1SDR당 0.98765달러의 시세가 형성돼 달러값이 더비싸졌다. 세계통화질서를 바로잡기위해 달러이외의 중심통화로 고안해낸 SDR가 완전히 무색해져 버린것이다.
이정도로 달러화의 값이 크게 오르고보니 내노라하는 나라들의 원수끼리 만나서도 입을모아 미국의달러화강세·고금리등을 들어「레이건」을 비난하게까지 된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달러화 강세의 요인은 바로 미국경제의「힘」이다.
올들어 2·4분기까지 미국경제의 성장률은 영국·서독·일본의 경제성장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또 최근 각국의 실질금리수준을 비교해봐도 미국은 년7%, 서독은 년3%, 일본은 년4%, 영국은 년6%등으로 미국이 월등히 높다.
국제외환시장에서 돈을 굴리려면 역시 달러가 제일인것이다.
여기다 미행정부는 지난7월 미국에서의 해외투자가의 증권투자 이자소득에대한 30% 원천세징수를 폐지, 해외로부터 미본토에의 달러화유입을 부채질했다.
이렇게 되자 영국·서독·프랑스 등의 경제대국들조차 국내에 있던 돈들이 달러가로 바뀌어 빠져나가는것을 막기위해 국내금리를 올리는등 자국 통화방어에 온 힘을 쏟고있다. 그것이 국제고금리를 몰고온 것이다. 이같은 달러화 강세는 우리로서도 결코 강건너 불이 아니다.
달러화값이 오르면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이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의 원화환율은 달러화의 오르내림에 가장 큰 영향을 받기때문에 일본의 엔화나 영국의 파운드화, 서독의 마르크화등에 대해서는 원화의 값이 가만히 앉아있어도 오르게 된다.
우리의 경제형편이 결코 일본이나 영국·서독에 비해 낫다고 할수없는데도 이들나라통화에대한 원화의 환율은 떨어지고 있는것이다.
또 프랑스나 영국과 같은나라에서는 달러화 강세로 인해 자연히 수입이 크게 억제되어 결국 우리의 추출도 영향을 받는다.
국제거래는 거의 달러화로 이루어지고 달러화값은 오르고 있으니 우리는 같은값에 수출을 해도 프랑스나 서독에서는 훨씬 비싼값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달러화 강세로 미국의 고금리가 지속되고 덩달아 국제금융시장의 금리가 지난해이후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는것은 우리로선 더 큰 손해다.
벌써 올들어 지난 9월말까지 순전히 국제금융시장에서의 금리상승때문에 더 늘어낸 이자만 4억달러가 넘어 국제수지 방어에 적신호를 켜놨다.
과거처럼 원화환율이 큰폭으로 오르지는 않아 다행이지만 원자재를 많이 사오는 우리로서는 국내물가도 환율이 오르는 만큼 상승요인을 안는다.
미국 경기가 기대 이상의 활황을 보여 세계경제회복을 주도, 우리의 수출도 따라 늘면 여러모로 좋을것 같지만 미국경기의 활황은 달러화강세라는 모습으로 또 다른 영향을 우리에게 미치고 있는것이다. <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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