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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땅 안풀리는 의혹] 복지시설 못짓는 땅 왜 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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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기명씨의 땅 거래 의혹은 가시지 않는다. 1차 계약자 신원과 등장인물 간의 자세한 관계 등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복지시설 건축이 무산된 땅에 어떻게 실버타운 건립 사업가가 나타났느냐는 점이다. 그것도 반년 만에 말이다.

철탑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2차 계약에서 땅값이 1억5천만원이나 오른 점도 이상하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李씨가 노인복지시설 허가를 미끼로 비싼 가격에 2차 계약을 맺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둘째 의문은 1차 계약자의 정체를 청와대가 밝히지 않은 점이다. 무슨 말못할 사연이 있지 않으냐는 추측은 그래서 나온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李씨의 양아들인 윤동혁씨가 실질적인 2차 계약자인 점에 미루어 1차 계약자도 李씨 측근일 수 있다"며 "이럴 경우 1.2차 거래 모두 서류상의 가공계약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두 계약자의 관련성 여부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납득키 어려운 1.2차 계약 내용도 여전히 미스터리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계약 파기로 위약금 2억원을 떼인 1차 계약자는 아직 17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상식 밖의 일이다.

게다가 2차 계약자인 소명산업은 문제의 땅을 담보로 17억원을 대출받아 이 중 10억원은 청와대 김남수씨 명의로 빌린 10억원을 갚고, 나머지 4억원은 계약금으로 李씨에게 준 것으로 돼있다.

계약금도 받지않은 李씨가 소명산업의 17억원 대출을 위해 자기 땅을 선선히 담보로 제공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소명산업으로 보면 한푼 들이지 않고 40억원짜리 땅 계약을 맺은 셈이 된다. 정치자금 세탁을 위한 회사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한편 청와대는 무척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지난달 28일 盧대통령의 해명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추가해명에 나섰으나 '해명이 새로운 의혹을 낳는' 양상이 계속되는 탓이다.

당초 청와대는 李씨가 두번에 걸쳐 용인 땅을 매매계약하면서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빚을 갚았다고 밝혔다. 李씨가 대선 잔금으로 빚을 갚지 않았느냐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후 사태가 진화되기는커녕 특혜매각 의혹이 불거졌다.

급기야 청와대 측은 "李씨의 용인 땅 거래는 청와대와 무관한 개인 차원의 일"이라며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버리고 1일 두번째 해명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더 이상의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 李씨는 이번주 중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정호.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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