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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량살상무기 방지 구상'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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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불법 무기나 미사일 기술을 실은 항공기나 선박을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내용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구상(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PSI)'을 지난달 31일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폴란드 남부 크라쿠프의 바벨성에서 한 연설을 통해 "대량살상무기 이동을 차단할 수 있는 수단과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며 "앞으로 테러 조직이 대량살상무기를 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 공조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 정부 관리는 "미국은 PSI에 많은 나라를 참여시키기 위해 지난달 말 영국.스페인.호주.폴란드 등과 연쇄 접촉했다"며 "미국은 앞으로 PSI를 국제조약 수준으로 격상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 관리들은 "PSI는 지난해 말 스커드 미사일 15기를 싣고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 선박이 스페인 군함에 의해 나포됐다가 풀려난 것을 계기로 구상됐다"고 말해 북한이 PSI의 주요 대상국임을 시사했다.

1일 프랑스 에비앙 G8(서방 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에 합류한 부시 대통령은 G8 정상들과 특별 초청된 중국.브라질.인도 등 12개 개발도상국 정상들에게 PSI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G8 정상들과 12개 개도국 정상들은 이날 오후 이라크전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국제 정상회의를 했다. 정상들은 이라크 재건 문제와 함께 세계경제 회복, 테러 대책,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등에 대해 논의했다.

정상들은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북한 핵문제를 논의하고 북한에 대해 핵무기 확산 금지 약속 준수와 핵개발 계획의 검증 가능한 포기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회의가 끝난 후 부시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중국 국가주석은 개별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이라크전 이후 국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편 이번 회담이 이라크전을 둘러싸고 노출된 미국과 유럽의 갈등을 씻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장국인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외교적 마찰이 '내일의 국제질서'와 관련된 작업에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며 G8 회담 성공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앞서 부시 대통령도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만세(Vive la France)"라 외치며 "G8 회담이 미국과 프랑스의 갈등을 해소하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양국 정상은 2일 개별 회담을 한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부시-시라크 회담 직전에 나온 1일자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힘이 사담 후세인보다 위험하다고 평가된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라크 전쟁에 앞장서 반대한 프랑스와의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일 "러시아와 미국은 이라크전을 둘러싼 이견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에비앙=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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