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주 제품선 ‘가짜 백수오’ 안 나왔지만 “100억어치 회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원이 26일 오후 청주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식약처 유전자 분석실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백수오 제품의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뉴시스]

‘가짜 백수오’ 사태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백수오 추출물로 만든 건강기능식품에 이어 주류·홍삼 등에도 ‘가짜 백수오’로 불리는 이엽우피소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엽우피소의 독성 여부 판단을 2년 뒤쯤 내리기로 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식음료업계의 후유증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백수오 제품 전수조사 결과 국순당의 백세주 원료 시료 2건과 농협홍삼 한삼인분 제품에서도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26일 발표했다. 식약처는 국순당 측에 해당 원료를 사용한 백세주 판매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백세주 제품에서 이엽우피소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원료로 쓰이는 백수오에 문제가 있는 만큼 판매 중단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워낙 적은 양이 원료에 섞여 있어 술에서는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업체와 관련 업계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순당은 “소비자 안심 차원에서 이엽우피소 혼입이 확인된 원료를 사용한 제품뿐 아니라 백수오를 원료로 쓰는 백세주·백세주클래식·강장백세주 등 세 가지 종류의 백세주 모두를 자발적으로 회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상 백세주 한 병(370ml)에 약 0.013g 정도의 백수오가 포함된다. 국순당에 따르면 3개 제품의 회수 규모는 약 100억원(소비자가격 기준)에 이른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 3사도 전 점포에서 백세주 제품을 철수시키고 구매 시기와 관계 없이 구매 사실만 확인되면 환불해주기로 했다. 백수오 제품 환불에 미진한 홈쇼핑 업체들이 소비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순당 관계자는 “1년에 경북 영주농협으로부터 200㎏ 정도의 백수오를 공급받는데 여기에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었던 것인지, 다른 유통 과정에서 섞인 것인지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순당이 신속히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충격 여파는 꽤 컸다. 이날 국순당 주가는 하한가까지 떨어진 651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실제 국순당이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운영하는 전통술 전문점 ‘백세주마을’의 경우 타격이 예상된다. 백세주마을 A점 관계자는 “대표적인 술이 백세주인데 당장 간판과 메뉴판까지 다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농협홍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농협 측은 “당연히 농가로부터 국내산 백수오라고 믿고 원료를 받아 쓴 것인데 당황스럽다”며 “다만 해당 제품은 내수용이 아니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나온 제품이라 국내에는 유통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발견된 제품은 홍삼이 주원료에 백수오 분말이 3% 함유된 분말형으로 지난해 8월 처음 출시됐다.

 농협 관계자는 “시장 시험용 상품이라 누적 판매량이 453개에 불과하다”며 “국내 대표 홍삼 브랜드로 신뢰를 받고 있는 ‘한삼인’ 제품 전체로 불똥이 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백수오 사태의 중심에 있는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식약처 발표 이후 상한가(1만3850원)까지 올랐다. 식약처가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궁’ 제품은 DNA가 파괴돼 가짜 백수오 포함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발표한 데다 제품의 ‘강제회수’가 아닌 ‘자율회수’를 권고한 게 투자 심리를 완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식약처의 발표에도 홈쇼핑 업체들은 ‘먹고 남은 제품에 대해서만 환불’이라는 기존 정책을 유지할 예정이다. 식약처 발표에 이엽우피소 유해성 여부는 물론 제품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됐는지 여부도 100%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157개 백수오 제품은 DNA 파괴로 이엽우피소 혼입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A홈쇼핑 관계자는 “시중에 대거 유통된 백수오 제품이 내츄럴엔도텍 제품들인데 식약처가 여기에 이엽우피소가 섞였는지 명확히 밝혀주지 않아 ‘전액 환불’을 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소아·이에스더 기자 ls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