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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외교전선의 희소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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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은 북한과의 접촉이 다자회담 구도에서 이뤄져야 하며 한국.일본 등 북한 인접국들과 공동 전선을 형성하는 데 외교적 노력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북핵 위기의 재연으로 1994년 체결된 '북.미 제네바 합의'가 미완성품이었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과 새로운 협상을 한다면 좀 더 검증 가능해야 하며 뒤집을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 對北韓 영향력 넣혀가는 중국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미국.한국.중국.일본, 그리고 러시아의 공조체제다. 이 공조체제가 제대로 기능해야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이끌기 위한 지렛대로 반대급부를 제공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지난 4월 베이징(北京) 북.미.중 3자회담은 큰 성과는 없었지만 현재의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외교적 해결책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 최근 들리는 소식들을 종합하면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어디에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첫째,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방미는 한.미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양국 정상의 화제는 주의깊게 선택됐으며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대화에서 제외했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2001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 방미 때처럼 공개적인 불협화음은 연출되지 않았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에 의견을 같이했으나 외교적 해법이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밝혀지면 추가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일부 한국인들은 분명히 후자 부분은 굴욕 외교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환기시켜 주는 지극히 시의적절한 문구라고 생각한다.

둘째, 베이징 회담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북한을 다자회담의 테이블에 묶어두려고 한다. 중국은 북한을 중국의 영향권 안에 묶어두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최근 그들의 영향력을 제대로 목격했다.

중국은 지난 2월 대북(對北) 원유 공급을 일시 중지하면서 북한에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한편 밀사를 보내 김정일과 직설적인 의견교환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이 주변국의 핵 경쟁을 자극할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북한이 핵 위기를 고조시키면 이에 대응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고이즈미는 마약밀매, 미사일기술 수출 등 북한의 불법 행동을 차단하기 위해 단속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그는 조총련의 대북 송금을 제한키로 한 일본의 의도도 부시 측에 전달했다. 양국 정상 모두 북한의 핵 개발은 물론 핵을 이용한 어떠한 협박도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 주변국 공조체제 바짝 죄어야

이밖에 상트페테르부르크 3백주년 기념식에 참관한 부시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교섭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게다가 북한은 최근 미국과 쌍무협상을 한 뒤 다자회담을 열 수 있다고 은근히 언론에 흘리기까지 했다.

이 모든 정황은 북한 인접국과 미국이 공동 전선을 취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말로 유익한 발전이다. 이들 국가의 협조가 계속되지 않으면 북한의 외교노선은 이들을 이간시키는 데 집중될 것이다.

미국.한국 등 이해당사국이 공조체제를 바짝 죄어야 북한은 이들 국가가 제안한 당근이나 채찍을 선택하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실속 있는 협상이 이뤄지기 위해선 盧대통령과 햇볕정책 반대파 간의 의견 차이가 해소돼야 하며,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리거나 변화시키려는 부시 행정부 내의 의견 대립도 극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이클 아마코스트 전 美 브루킹스 연구소장
정리=정용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