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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정부 6개월] 사이버 경제블록 만드는 EU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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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앞으로 지역별.국가별로 전자정부 연합체(전자정부 허브) 구축 경쟁이 치열해질 겁니다. 전자정부 허브에 동참한 국가들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사이버 조세 등 전자거래 표준이 정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사이버상에서도 경제블록이 생기는 것입니다. 유럽은 이미 전자정부 연합체 구성에 착수했습니다. 한국도 동북아지역 전자정부 허브화에 적극 나서야 됩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정부연구센터장 김성희 교수의 주장이다.

현지에서 살펴본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전자정부 구축 노력은 활발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EU가 정한 'e-유럽 이니셔티브'의 큰 그림을 따르고 있다.

e-유럽 이니셔티브는 2010년까지 EU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지식기반 경제가 잘 갖춰진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EU 집행위의 장기 발전 계획이다.

벨기에 얀 디프레스트 연방정보기술부 차관은 "벨기에뿐 아니라 EU의 각 정부가 전자정부 구축 때 EU의 정보보호 기준과 데이터베이스 표준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EU 전자정부 구축의 큰 그림이 그려지면서 자국의 전자정부 솔루션을 표준화하려는 싸움도 치열하다. 유럽표준으로 채택되면 자국의 솔루션을 유럽 전체에서 경쟁자 없이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닐스 퀴베린 행정부 기술국장은 "스웨덴 정부는 1999년부터 'SHS'라는 독자적인 보안기술을 사용해 e-메일로 하는 상담 내용을 암호화했으며 이를 EU 표준으로 채택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벨기에도 전자주민증 관련 응용 솔루션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해 전자주민증을 먼저 도입 중이다.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한 EU 차원의 협력도 활발하다. EU 집행위원회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전자정부를 중심으로 정보사회 구축에 필요한 기반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유럽에 거점을 두고 있는 기업에 38억2천5백만유로를 지원해주는 'IST'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장 이브 호제 EU집행위 IST 국제협력국장은 "노키아.지멘스.알카텔 등 유럽 유수 IT회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중소기업들을 위한 자금지원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U는 전자정부 연합을 통해 EU국가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도 열심이다. 오는 7월 1일부터 유럽의 소비자에게 인터넷으로 디지털콘텐츠를 파는 세계 모든 기업은 EU국가 중 한 나라에 사업자 등록을 하고 EU에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법이 시행되면 EU 국가의 소비자에게 인터넷으로 게임이나 소프트웨어 등 디지털콘텐츠를 파는 한국 기업도 부가세 부과대상이 된다.

팀 헤이즈 EU 집행위 조세.관세 담당국장은 "눈에 보이는 제품은 관세로 세금 부과를 할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콘텐츠는 그동안 '조세 구멍'이었다"며 "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EU는 EU 국가 한 곳에서 부가세 사업을 하면 다른 14개국에 자동 등록되도록 한 '부가세 자동등록시스템' 구축을 마쳤다. KAIST 전자정부연구센터 황보열 교수는 "EU와 같은 전자상거래 관련 조세 법규의 개정과 기술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브뤼셀.파리=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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