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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웰든 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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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지 W 부시를 태운 미 공군 1호기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 에비앙으로 향하는 동안 워싱턴에서는 또 하나의 군용기가 이륙했다. 커트 웰든 등 6명의 미 하원의원을 실은 군용기가 지난 5월 28일 평양으로 향발한 것이다.

웰든 의원 일행의 방북이 관심을 끄는 것은 우선 이들이 한국전쟁 후 북한을 공식적으로 방문하는 첫번째의 미국 하원 사절단이기 때문이다.

또 방북 시점도 '북한에 대한 추가적 조치'의 가능성과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성명이 나온 한.미 정상회담과 미.일 정상회담 후,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일 3국 TCOG 회담이 열리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웰든의 이력이 매우 독특하다.

그는 9선의원으로 미 하원 군사소위 위원장이다. 미-러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룬 공화당의 맹장으로 럼즈펠드 국방장관, 울포위츠 부장관 등 미국의 소위 '네오콘'들과도 친교가 깊다.

에너지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지난 1월 초 워싱턴에서 개최됐던 동북아 에너지 협력 관련 비공개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 사할린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한반도로 공급하려는 프로젝트 추진그룹 중 하나인 FSI사와도 긴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웰든 일행은 지난 1월 러시아를 방문, 러시아 가스석유회사들 및 북한대사관 측의 인사들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그들은 5월에는 중앙아시아와 베이징(北京), 서울을 순방했는데 원래는 이를 북한 방문과 연계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 측이 그의 방북 요청을 두번이나 묵살해, 북한을 뺀 채 일정을 추진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그에게 북한이 갑작스럽게 방북을 요청했다.

북한 정부의 공식초청 형식이며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북한의 실력자 몇 사람과의 면담도 보장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평양방문 후 처음으로 북한 측과 직접 대면하는 미국 의회의 중진 웰든.

그는 방북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북한 관계자들에게 핵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하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경우 경제적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그가 설명할 경제적 이득이 무엇일까? 한동안 수면 하로 사라졌던 가스 파이프라인 얘기가 다시 떠오르는 것은 아닐까?

김석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