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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김주호, 정상의 쓴맛을 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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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9국
[총보 (1-93)]
白.金主鎬 3단| 黑.李世乭 7단

신예 김주호3단은 이세돌이란 존재가 두려웠을까. 본인은 물론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기사 한창 커나가는 신예로 파죽의 22연승을 거두고 있던 김주호가 이세돌이란 스타를 딱 맞닥뜨렸을 때의 심정은 매우 복합적일 것이다. 기대와 설렘, 들끓는 투지, 그리고 한쪽에서 슬그머니 머리를 내미는 두려움.

이 판을 총평하자면 김주호3단은 막 링에 올라가 아직 준비자세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세돌7단의 강펀치를 얻어맞고 쓰러졌다. 쉽게 말하면 멍한 상태에서 당했다는 얘기다.

중요한 대국인데 金3단은 왜 멍한 상태였을까. 아마도 두려움 내지는 지나친 긴장이 주범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건은 좌하귀 흑21, 23의 침입으로 시작됐다. 겉보기엔 평범했으나 이세돌은 23에 의외의 복선을 깔고 있었다.

그러나 김주호는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24로 쉽게 받았다(24는 25에 두어 타협해야 했다).

24가 바란 변화는 '참고도1'이다. 흑1로 늘면 백2 막아 후수로 살려주겠다는 것. 흔히 보는 변화다.

그러나 이세돌은 25로 치받는 의외의 강수를 들고 나왔다. 김주호는 깜짝 놀랐으나 때가 늦었다. 이 수에 '참고도2'처럼 백2로 막는 수가 된다면 흑이 망한다. 하나 흑에게는 15까지 끈덕지게 버티는 수가 있다.

'참고도2'가 안된다고 보고 물러선 것이 실전이며 그것을 옮긴 것이 '참고도3'이다. 귀를 선수로 빼앗긴 비참한 모습인데 참으로 터무니없는 변화다.

처음 귀를 차지한 쪽은 백인데 실리를 다 내주고도 모자라 통째 곤마가 되었으니 어찌 이기기를 바랄 것인가. 이세돌7단 3연승 선두, 김주호3단 2승1패.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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