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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도·벽지어린이 서울초청|자선과시·상품선전에 이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낙도·벽지어린이들의 서울초청이 견문과 지식을 넓히는 교육적효과 못지않게 허황한 도시동경·심리적열등의식·소비풍조만 을 심어주는 부작용도 큰것으로 지적되고있다.
특히 이들 어린이들의 서울 나들이가 초청자인 기업체나 사회단체의 매명을 위한 자선실적으로 계산되고 때로는 특정상품의 선전기회로 이용되고 있어 앞으로의 벽지·낙도 어린이 초청사업이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가고 있다.
10월 들어 벽지나 낙도에서 문화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기업체·사회단체의 서울초청이 부쩍 늘고 있으나 초청자측이 교육적인 배려보다는 일종의 자선을 베푸는 독지가의 입장에서 각종 스케줄을 계획, 감수성이 예민한 12∼13세 어린이들을 보여주지 않아도 좋을 곳까지 다니 등 인솔교사를 당황케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좋았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내고장을 서울처럼 만들겠어요』 (경기도옹진군백상면남포리 남포국교6년 김정수군).
본사가 올 들어 서울을 다녀간 전국의 낙도·벽지 학교중 24개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어린이들이 김군과 같은 취지의 대답을 해왔다.
그러나 문영식교사(55·전남완도군군외면 군외국교 달도분교장) 는『초청자의 안내에 따라 사치스런 백화점이나 소비풍조를 보고 허황한 도시동경이나 심리적 열등의식을 갖고 돌아가는 역작용이 더 큰 것 같다』 고 말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서울에서 돌아가 써내는 감상문은 「백화점의 휘황한 불빛」「자동차홍수」「울긋불긋한 서울사람들의 옷」 을 가장 인상적인 것으로 기술하고 있고 사적·문화재·전적지등에대한 인상기는 거의 없다는게 인솔교사들의 의견이었다.
강원도정선군임계면 봉정분교 6년어린이들은 서울초청스폰서인 모 의류회사의 마크가 찍힌 싸구려 옷가지등 선물을 한아름 안고 돌아갔다가 담임교사로부터 『늬들이 거지냐』 는 호통을 받았다.
담임교사는 책이라곤 한권도 없이 정이라곤 티끌만큼도 없는 물건을 받아놓고선 희죽거린단 말이지…. 아이들아 이제 누가 어디서 오라고해도 우리 가지말자…「촌놈」은「촌」에서살자…』는 글을 고장신문에 투고했다. 초청자측이 구경생색에만 집착, 어린이들에게 너무 무리한 일정을 짜는것도 문제점.
인천에서 뱃길로 l2시간이 걸리는 백령도 어린이 서울구경 왕복에 3박4일,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가피도 어린이 초청에 5박6일등 초청실적을 남기기 위한 초청인상이 짙다는 것이다.
마라도어린이의 경우 섬을 떠나 제주에서 1박, 다음날 카페리로 목포, 다시 기차로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이틀이 걸려 왕복 4일을 빼고 정작 서울구경은 이틀뿐이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어린이들의 서울인상은 『피곤하다』 는 것으로 집약된다. 백화점을 둘러볼때도 어린이들은 장난감코너에서 신기한 장난감에 넋을 잃고 좀더 구경을 하고 싶은데도 인솔자는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빠져나가라고 어린이들을 밀어붙이며 재촉하는 바람에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밀려다녔다는게 어린이들의 말이다.
또 본사에 응답한 대부분인솔교사들은 초청자측이 경비부담등을 이유로 학생들중 일부를 제한초청해올 때 누구누구를 뽑느냐도 문제라고 했다.
서울구경을 한 어린이와 하지못한 학생사이에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교사들은 또다른 고민을 해야한다고했다.
마라분교 정성문교사 (36)는 낙도벽지 어린이들에게 문화혜택을 나눠주고 현대문명에 대한 견문을 넓히는등 교육적효과를 극대화 할수있도록 초정자와 피초청자가 사전에 충분한 의사를 교환할 것을 제의했다.
이런 전제가 이뤄져야 티없는 동심에 흠을 남기지않고 피곤하지않은 서울구경이 될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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