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반도에 변화가 일고있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본사∼워싱턴∼동경특파원간 3각전화…긴급 진단
한반도를 둘러싸고 갖가지 제의와 역제의가 나오고, 당사자들간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접촉이 활발해지고 있다. 어떤 변화를 예고하는지도 모르는 이러한 상황이 우리에겐 무엇을 의미하며 이에대한 대응책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워싱턴(장두성특파원)과 동경(신성순특파원),그리고 본사(사회 김건진외신부장)간의 3각 국제전화를 연결, 긴급 진단을 해본다.
▲사회=한반도 주변에서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우리 주변에서 불고 있는 이「변화의 바람」 의 실체는 무엇이고, 왜 그런 움직임이 일고 있는지, 앞으로 이런 상황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 얘기해 봅시다.
▲장=최근 미국무성의 가장 큰관심사는 북한이 랭군사건 1주년을 전후해서 취해온 일련의 제스처가 어느정도의 성실성을 갖고 었느냐는 점이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3자회담 제의가 랭군사건을 저지르기 바로 전날 중공을 통해 전해진데 대해 큰 의구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북한이 연이어서 이른바 합영법을 대외적으로 선전하고 한국에 대한 수재물자를 실제로 전달하고 외상 김영남의 유엔방문중 미국 관리와의 접촉을 원한다는 의사가 미국신문을 통해 전해지면서 최소한 북한도 뭔가 변화를 바란다는 식으로 보는것 같은 감이듭니다.

<아리송한 변화실태>
이와같은 암중모색의 분위기 속에서 변화의 실체란 부가지의 상태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신=지난 1년간 한반도를 중심한 극동정세는 마치 관계국들이 사전협의 아래 시간표라도 짜 놓은듯 한반도의 긴장완화라는 한가지 방향을 향해 빠르게 변화한것같습니다. 그같은 변화의 조짐은 이미 80년대에 들어오면서 계속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가장 결정적인까기가 된것은 83년5월의 중공민항기사건과 그 후에 이루어진「와인버거」 미국방장관의 중공방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민항기사건은 중공이 한국에 대해 「새로운 인식」 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고 「와인버거」 의 방중때 미국은 중공이 가장 바라는 군사기술협력을 약속, 미·중공관계개선의기반을 마련했지요. 이때 등소평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미국측에 제의하는 동시에 북한의 남침도발을 중공의 책임아래 억제하겠다는 약속까지 했읍니다.
▲사회=미국정부의 입장에 어떤변화가 일고 있다는 증거라도 있나요?
▲장=미국정부 대변인이 지난1년동안 남북한관계를 이야기 할때는 반드시 랭군사건의 야만성을 언급했었지요.
그러나 김영남의 워싱턴포스트 회견기사에 대한 국무성의 논평속에는 랭군사건에 관한 언급이 전혀없었습니다. 그것을 미국입장의 변화라고 단정하는것은 무리일수도 있으나 한가지 분명한것은 미국이 랭군사건에 대한 책임추궁보다는 이사건을 전후해서 나오고있는 북한의 평화공세에서 한반도긴장완화의실마리를 찾으려는 관심이 훨씬 크다는 점이지요.
▲사회=한반도 주변 관계국들이 긴장완화를 바라는 배경에는 물론각국이 자국의 이익이라는 입장에서 혹은 정권적차원에서 한반도의긴장완화를 필요로하기 때문일수도있겠지요.

<강제력 격차에 초조>
긴장완화에 대해 어떤 의미에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중공의 경우 현 등소평-호요방 체제가 정권을 걸고 추진하고있는 4대 근대화작업과 2천년의 국민소득 4배증가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반도의 안정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지요.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경우 중공으로서는 북한읕 지원하지 않을수 없으며 그렇게되면 중흥을 꿈꾸는 중공의 경제건설 계획은 엄청난 후퇴를 각오해야지요.
▲신=그렇습니다. 게다가 소련과 사실상 등을 돌리고있는 중공에는 미국·일본의 자본·기술협력·군사기술등의 지원이 끊어진다는 것은 개방체제를 기본으로 하는 현체제의 파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지요.
일본의 경우도 6·25때와는 달리 한반도에서 전쟁발발이나 긴장고조는 달갑지 않지요. 한반도의 긴장고조는 한국에 투자해 놓은 경제적 이익의 위협이 될뿐만 아니라 우미와의 무역마찰로 중공에서 제3의 시장을 찾으려하는 일본의기대에 찬물을 끼얹게될 뿐만아니라 한반도가 적화되는 경우를 가상하면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자본주의 국가로 남게되어 안보면에서 힘겨운 압력을 받게 될것입니다.
▲사=소위 「주체사상」 을 내걸고 외국자본의 진출을 민족배반행위로 보던 북한이 최근 합영법이란 것을 발표했읍니다.
총무역량(83년·29억달러)이 한국의 6%에 불과한 미약한 북한경제력을 고려할때 개방체제를 내세운 중공의 합영법을 모방해서 합영법이란것을 발표한걸 보면 무언가 절박한 필요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86,88등으로 한국의 국제적지위가 확고부동해진데 대한 초조감도 작용했을게 아닙니까.
▲장=가장 큰 필요는 북한자체의 경제적 침체가 강요하고 있는 무력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례로 그들은 지난 10년동안 외채상판을 지금까지 이행치 못하고 있읍니다.
그들은 모택동의 후계자들이 개발패턴을 서방 경제유형으로 전향하고 있는「실험」을 눈여겨 보다가 소련의 엄격한 계획경제보다는 그쪽이 그들의 낙후성을 탈피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얻었음직합니다.
그래서 그러한 전향의 척후병격으로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을수도 있지요. 물론 이와같은 추측은 랭군사건이후 북한권력 내부에서「코페르니쿠스」적 변화가 있었다는 가정을 전제했을때만 가능한 것이겠지요.
▲신=문제는 북한의 기본자세입니다. 자본외무성이나 일본내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남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고 보고 있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합영법이나 미·일과의 관계개선을 들고 나오는것은 한국과의 경제력 격차에서 오는 초조감, 랭군사건으로인한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자는 몸부림으로 전문가들은보고 있읍니다.
▲사회=북한외상 김영남이 최근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미국관리와 만나고 싶다』 는 얘기를 했는데 이러한 김의 말이 미국에선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나요.
▲장=미국무성은 지금까지 미국이 『직접이든 간접이든 한국의 참여없는 대북한 접촉은 없을것』 이라고 다짐해 왔으나 최근 김영남의 말에 대해서도 『공식 접촉은 없을것』이라고 논평한것으로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습니다. 확대해석일 가능성은 있으나 이 인용이 정확하다면 미국무성은 「비공식접촉」의 문포를 열어놓은 셈입니다.

<새체제 불만도 만삭>
랭군사건 직후 한국의 보복공격의 가능성을 크게 우려한 미국으로서는 7년만에 미국을 찾아온 북한외상과의 접촉을 적극적으로 기피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한반도정세의 또다른 요인으로 소련의 존재를 들수있습니다. 소련은 북한에 13개 프로젝트를 건설중이고 북한군부에 대한 영향력은 아직 막강한 것으로 알려지고있는데….
▲신=북한이 경제적 난국의 타개책으로 서방측에 문호를 개방,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이고 중공측에 밀착하는 경우 소련이 어디까지 이를 방관할 것인가에 대해 선전문가들도 자신있는 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읍니다.
특히 북한은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권력이 이양되는 과정에 있는만큼 새체재에 대한 불만세력이 소련의 힘을 빌려하는 경우 대외개방정책등은 좋은 구실을 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한·미·일·중공이 중심이 되어 추구하고있는 긴장완화 노선은 북한에 의해 언제 외면당할지 모를 일입니다.
▲사회=이러한 주변상항의 전개에 대해 우리가 주체적으로 대응할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요. 남북한문제는 미·소·중·일등 주변국들이 어떻게 보느냐 보다는 우리들 자신의 주관이 더 절박한 요소를 이루고 있는게 아닙니까?
▲장=그렇습니다. 따라서 미국에대한 중공과 일본의 압력을 견제하면서 북한으로 하여금 우회적방법보다는 남북직접대화의 잇점이 더크다는 인식을 유도하는 노력이 있어야 될줄 압니다.
▲신=역시 북한에 대해 평화적인 대화를 하도록 계속 유도하고 중· 소등 관계국에 대해 우리의 성의나 노력은 보이되 경계심을 한시라도 늦추어서는 안될겁니다.
▲사회=장시간 수고했읍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