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인 편지도 검열… 테러 관련 의심 국제우편물 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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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세관 국경보호국(CBP)이 해외에서 오는 개인 편지도 필요에 따라 개봉, 검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9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캔자스대 역사학 교수 출신인 그랜트 굿맨(81)의 경우 지난해 12월 세관당국에 의해 개봉됐다 다시 봉인된 편지를 받았다. 이 편지는 필리핀 대학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다 은퇴한 필리핀 여성이 보낸 것이었다.

굿맨에게 배달된 편지 겉봉엔 '국경보호'라는 낙인이 찍힌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그는 이걸 캔자스주의 한 신문에 공개했다. 그러면서 "참으로 놀랄 일이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굿맨은 편지를 보낸 필리핀 여성과 50년 이상 교제했고, 수없이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밝히면서 "그 사람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그의 편지가 검열받을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BP 대변인은 "우리는 테러 용의자와 테러용 무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CBP 홈페이지에는 "미국 세관 영역 밖에서 미국으로 배달되는 모든 우편물은 세관검사 대상"이라는 말이 적혀 있다. 그러나 CBP 측은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자주 편지를 검열하는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 보안당국이 법원의 영장 없이 개인의 국제전화를 도청해 온 데 이어 편지까지 검열하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테러 예방과 사생활 보호를 둘러싼 논란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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