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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점점 더 커지는 빈부갈등, 무엇을 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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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불평등을 넘어-정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앤서니 B 앳킨슨 지음, 장경덕 옮김
글항아리, 511쪽, 2만2000원

역사상 완벽한 평등이 달성된 때는 없다. 불평등이 완화됐던 시기는 많다. 지금은 불평등 심화가 심연 같은 절망을 낳고 있다. 희망의 단초를 『불평등을 넘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저자 스스로 ‘낙관론의 정신(spirit of optimism)’으로 썼다고 밝힌 책이다.

  전반부에는 역사적 사례와 경제학적 분석이 콤비 플레이를 하는 가운데 불평등의 다양한 정체가 드러난다. 시기적으로 제2차 대전 이후 많은 나라에서 불평등이 완화됐다. ‘평등화의 힘’이 작용했다. 1979년을 기점으로 불평등 국면이 시작됐다. 소련·동구권의 몰락과 붕괴를 배경으로 선진 각국은 부유세를 대폭 할인하고 노동조합을 제도적으로 약화시켰다.

 이 책의 저자인 앤서니 앳킨슨 런던정경대(LSE) 석좌교수는 ‘불평등과 빈곤의 경제학’ 분야를 거의 단독으로 개척했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보다 더 쓸모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이 책에서 저자는 불평등을 줄일 방법이 이미 우리 수중에 있다고 말한다. 기술·고용·사회보장·징세 분야에서의 방안을 제시한다. 무상급식 논란으로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우리 눈에 들어오는 내용은 어린이에 대한 투자를 증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불평등이 성장을 촉발한다는 근거는 거의 없다. 영국 노팅엄대 리처드 윌킨슨 교수는 『평등이 답이다』(2012)에서 평등은 성장을 저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성장의 필수 전제 조건이라 주장한 바 있다. 앳킨슨 교수는 “변화가 실패하는 이유는 부분적으로 상상력이 실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랑방에서건 정책결정의 현장에서건, 앳킨슨·윌킨슨·피케티의 저작이 제안한 정책을 상상력을 발휘해 토론해야 할 시점이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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