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책 속으로] 공룡을 찾아 콩고로 가다, 그 곳서 발견한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야생의 심장 콩고로 가는 길 1, 2
레드몬드 오한론 지음
이재희 옮김, 바다출판사
1권 488쪽 2권 504쪽, 각 권 1만4800원

아프리카는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인간의 고향이라 지목되는 곳이다. 최근에도 케냐에서 330만 년 전 석기가 출토돼 인류 진화단계에 새 자료를 제시했다. 과학자들이 아프리카를 일생에 꼭 밟고 싶은 희망의 땅으로 꼽는 심정이 이해된다.

 영국의 작가이자 오지탐험가인 레드몬드 오한론(68)도 아프리카 열병에 시달리던 40대의 어느 날, 콩고로 떠났다. 대담함에서 배짱이 맞는 미국인 동물행동학자 래리 섀퍼와 짝을 이뤄 1989년의 반년을 문자 그대로 ‘야생의 심장’에서 보냈다. 왜 콩고였을까.

 “적도 지대에 위치한 아프리카 국가 중 입국이 가장 까다로운 곳이야. 이 말은 곧 방문자가 제일 적었고 가장 미지의, 가장 흥미로운 곳이란 뜻이지.”(33쪽)

 더 위험하고, 덜 알려졌기에 입맛 당겼다는 이들이 내심 품었던 야망은 따로 있었다. 살아있는 공룡을 만나겠다는 꿈의 프로젝트였다. 콩고 북부 밀림에 있는 수심이 얕은 텔레 호수에 ‘모켈레음벰베’라는 이름의 공룡이 서식한다는 정보가 이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절대 눈으로 볼 수 있는 공룡이 아니라는 모켈레음벰베에 대한 증언도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기자 출신 작가가 6년에 걸쳐 썼다는 대화체 서술은 녹취록을 꼼꼼하게 푼 듯 아프리카의 날 것을 독자에게 던진다. 그저 ‘미쳐가고’ 있었다는 작가의 고백이 뒷덜미를 잡는 순간, 왜 이 책의 원제가 ‘No Mercy(무자비함)’인지 깨우치게 된다. 원작 곳곳에 흩뿌려진 ‘무자비’란 단어는 혹시 모든 인간이 마주하는 인생의 공룡을 뭉뚱그린 표현 아닐까.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