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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쑥!] 수학 용어만 알아도 정답이 보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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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수학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게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수학교사들은 조언한다. 사진은 경남여중에서 교사(가운데)가 학생에게 수학을 지도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선생님,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만 할 줄 알면 충분하지 않나요? 왜 머리 아프게 집합이니 무리수니 방정식이니 하는 걸 배워야 해요?"

너희는 수학 공부를 하기 싫을 때면 이렇게 주장하지. 하지만 정말 그럴까? 문제를 하나 내보자. '105×95'는 얼마지? 암산으로 계산하려니 손발이 고생스럽지? 답은 '9975'란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나오느냐고? 인수분해 공식 'a2-b2제곱=(a+b)(a-b)'를 활용하면 돼. 그러면 '105×95=(100+5)(100-5)=1002-52'이 바로 나오잖니?

어때 이래도 사칙연산만 할 줄 알면 된다고 우길래? 뭐? 그치만 수학을 못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수학 잘하는 아이들하고는 뇌 구조가 다른 것 같다고?

글쎄….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선생님도 초등학교 때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 학교에 남아 있어야 했단다. 또 분수셈을 배울 때는 '1/2+1/3=1/5'이라고 부득부득 우기다 혼쭐이 나기도 했고…. 그렇지만 선생님은 열심히 노력했단다. 문제를 풀고 또 풀고 하는 식으로 말이야. 그러다 보니 수학에 자신감이 생기더구나. 대학에 들어갈 때는 주저 없이 사범대 수학교육과를 선택할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훨씬 더 효과적으로 수학을 공부하는 방법이 있었어. 그게 뭐냐고? 우리 학교 아이들한테만 가르쳐 주던 비밀인데…. 좋아, 이왕 책까지 냈는데 다 공개하지, 뭐!

먼저 수학을 공부할 때는 용어의 뜻부터 철저히 익히는 게 좋단다. 가령 식, 그중에서도 너희가 싫어하는 문자가 들어 있는 식을 공부한다고 해 보자. 그 경우 선생님 같으면 등식, 부등식의 뜻은 물론이고 상수와 변수, 계수와 차수, 항등식과 방정식의 뜻을 이해한 다음 시간을 들여 완전히 익히겠어. 영어 배울 때도 그랬지? 단어를 모르면 해석을 할 수 없잖니? 수학도 마찬가지란다. 용어를 모르면 설명을 이해할 수가 없어.

게다가 용어를 정확하게 익히면 개념까지 자연스럽게 파악된단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너희는 잘 실감을 못하더구나. '또 기초 개념 어쩌고 하는 소리군' 하면서 말이야. 그렇지만 수학에서 기초 개념은 정말로 정말로 중요하단다. 너희, '2×9'가 얼마인지는 다 알지? 그러면 2를 9번 더하면 얼마지? 그게 바로 '2×9'야. 그와 같은 덧셈과 곱셈의 관계를 알고 있어야만 'a+a+a+a=4a'가 자연스레 체득되고, 그게 돼야만 문자가 들어 있는 식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거야.

이렇게 용어와 개념이 파악되면 다음에는 원리를 알아둬야만 한단다. 개념하고 원리하고 뭐가 다르냐고? 이런 예를 들어보자.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이라는 걸 배운단다. 그게 뭐냐고? 이차방정식 'ax2+bx+c=0'의 해야. 상수인 a, b, c만 대입하면 바로 그 이차방정식의 해가 나오도록 식을 유도해 놓은 거지. 그런데 너희는 근의 공식을 외워 보라고 하면 잘 외우다가도 'ax2+bx+c=0'의 해를 구하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몰라 쩔쩔매더구나. 어처구니없는 일 아니니? 이게 모두 원리는 알아 두지 않고 공식 자체만 외웠기 때문이야.

여기까지만 되면, 그러니까 용어를 알고 있고, 기초 개념과 원리를 파악하고 있다면 수학 공부의 반은 끝난 셈이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반드시 '왜?'라고 물어보고 또 물어 봐야만 한다는 거야. 가령 (23)2은 왜 25이 아니라 26일까? 그걸 알아야만 비로소 지수법칙 am×an=a(m+n)이 자기 것이 된단다.

물론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아.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어 아무리 해도 잘 안될 거야. 하지만 수학만 그런 게 아니란다. 선생님이 수영을 배울 때도 그랬어. 함께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물 위에 떠서 발차기를 하며 물 위를 나아가고 있을 때도 선생님은 물 위에 뜨기는커녕 물만 먹고 있었단다. 심지어는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도 있었어. 그러니 어떻겠어? 나중에는 물만 봐도 무섭더라. 그렇지만 '할 수 있을 거야'라는 믿음을 갖고 열심히 했더니 어느 순간부터 몸이 뜨더구나. 그리고 오늘날에는 일명 '물개'가 되었고.

수학도 마찬가지란다. 수학은 결코 머리 좋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과목이 아니야. 너희가 게임을 할 때처럼 열심히만 하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는 과목이란다. 그러니 모두들 '화이팅!'

나숙자 강신중 교사 『친절한 수학 교과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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