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늘었어도 입시경쟁은 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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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교부의 이번 정원조정은▲증원의 최우선순위를 자연계에 뒀고▲교수및 시설확보율을 증원의 절대기준으로 삼았으며▲5천8백80명의 정원을 늘려놓고도 결과적으로는 수험생들의 대입 경쟁부담이 완화되기보다 가중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문교부는 이번 정원조정에서 장기적으로 대학정원비율을 자연6-인문4의 비율로 개선한다는 목표에 맞춰 85학년도 증원을 자연7.6, 인문2.4로 조정, 기초과학및 첨단과학기술분야등 자연계학과에 중점증원했다고 밝혔다.
자연계 증원4천4백80명중에서도「분자생물학」「생물공학」등 유전자계통과 「반도체공학」「전과공학」등 전자분야, 그리고」우주과학」「물리광학」등 첨단과학기술분야가 39.5%에 해당하는 1천7백70명을 차지했다.
이밖에도 기초과학 9백80명, 공학 9백55명등 84학년도에 대비, 자연계 졸업정원증가율은 6.5%였다. 인문계는 1.5%증원에 불과하다. 전체증원 5천8백80명은 84학년도에 비해 3.7%가 늘어난 숫자다.
부산대에 「분자생물」「전자계산기」과가 신설됐고, 대구대에 「생물공학」,강원대에「전자」, 청주대에「반도체공학」「물리광학」, 조선대에「우주항공」, 제주대에「정보공학」과등이 새로 생겼다.
문교부의 이같은 정원조정은 고급기술인력의 국가적 수요에 대처, 이를 양성공급함으로써 대학교육의 국가발전에 대한 기여도와 효율성을 높이자는데 뜻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도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특히 첨단과학기술분야의 인력수요가 급증하고있다는 산업계의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문교부는 이같은 방침에도 불구, 대학교육의 여건개선과 질향상을 의해 교수와 시설이 각각 법정기준의 50%와 60%에 미달하는 대학은 증원대상에서 제외했고, 이같은 기준은 앞으로 더욱강화, 적용된다고 밝혔다.
종합대승격은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 교수확보율이 70%이상으로 박사학위소지자 20명이상을 확보해 대학원운영이 가능해야했고, 교지및 교사시설도 법정기준의 1백%이상인 대학으로 제한됐다. 이에따라 1학년의 졸업정원이 20개이상 학과에서 모두1천명이상이고 자연계등 3개 단과대학운영이 가능한 7개대학중 경기대와 을산공대만이 종합대로승격될수있었다.
이같은 교수및 시설확보율의 엄격한 적용은 81학년도이후 급격히 늘어난 대학정원과함께 교수1인당 학생수가 대학에 따라서는 70명에까지 이르는등 극도로 악화된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대학교육의 질을 보장하기위해 불가피한것으로 보인다.
어떻든 결과적으로 85학년도 대입학력고사지원자는 72만5천8백59명으로 84학년도보다 3만8천2백8명이 늘었으나 입학정원은 5천8백80명 증원에 그쳐 수험생들은 보다 치열한 입학경쟁을 해야하게됐다.
그나마도 교수및 시설여건이 좋다는 서울시내 명문대학이 82년이후 수도권정비계획에 묶여 전혀 정원을 늘리지 못하고있는가운데 서울대가 오히려 1백20명의 졸업정원을 줄여놓아 명문대학입학경쟁은 더욱 치열해질수 밖에 없게됐다.
정원이 줄어든 서울대의 학과는▲인문대 철학·국문·중문·불문·영문·독문·언어·국사·동양사·서양사학과▲농대 원예학과▲사대 지구과학과등 12개학과로 감원수눈 각10명씩이다.
이번 입학정원 조정으로 당해연도 고교골업생 수용률은 84학년도 33.9%에서 32.6%로 떨어지게됐다. 이는 고교졸업생이 해마다 늘고있기 때문이다.
대학입학정원의 고교졸업생수용률 32.6%는 외국에 비해 낮은것은 물론 아니다. 미국이 85.3%, 프랑스가 44.9%에 이르고 있으나 이웃일본은 28.6%로 우리보다낮고 서독과 영국은 각각 15%수준으로 훨씬 낮다.
다만 우리의 경우 국민학교와 중·고교를 거치는동안 적성과 자질을 바탕으로 선별해서 개인의 능력에 맞는 진로를 택할수 있게하는 지도는 전혀 하지않은채 고교과정까지를 마치게되고 이이따라 모든 졸업생에게 대학진학수요는 잔뜩늘려놓은채 해마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입학의 문은 무한정 넒힐수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소폭증원에 그친 85학년도 대학입시도 예년처럼 과열분위기에서 또한번의 홍역을 치를것 같다. <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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