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금융사기 '원조'박영복씨 1000억원대 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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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70년대 수출신용장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대형 금융 사기를 저질렀던 박영복(69)씨가 1000억원대의 다단계 투자 사기 사건으로 또다시 구속됐다. 인천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권재)는 9일 아가리쿠스 버섯 가공무역사업을 내세워 고수익을 보장해 준다며 투자자들로부터 1000억원대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위장 무역업체 N사 대표 박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박씨로부터 뇌물을 받고 사업 타당성 검토 없이 공단 자금을 투자해 수십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뇌물수수)로 보훈복지의료공단 전 이사장 박모(68)씨와 윤모(45) 팀장을 구속하고 다른 임직원 두 명은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1년 말부터 최근까지 "항암 효과가 있는 아가리쿠스 버섯을 미국에서 수입해 가공한 뒤 반제품으로 수출하는 사업에 투자하면 2개월에 5% 이상 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속여 31명으로부터 1000억여원을 투자하게 했다.

박씨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국내에 7개, 미국과 홍콩에 6개 위장 무역회사를 차린 뒤 값싼 국산 한약재를 아가리쿠스 버섯 분말인 것처럼 속여 3년간 260여 차례에 걸쳐 위장 수출입 거래를 하기도 했다.

보훈복지의료공단 임직원 네 명은 2004년 11월 공단 재직 당시 박씨로부터 투자를 제의받고 박씨가 만든 미국의 위장 업체에 151억원을 송금, 그중 38억원을 회수하지 못해 공단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75년 수출신용장을 위조해 74억원을 부정 대출받았다가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던 박씨는 78년 중병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그러나 다시 사기행각을 벌여 82년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형집행 정지가 취소돼 19년의 수감생활 끝에 2001년 12월 출소하자마자 다시 사기극을 벌였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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