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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끼워팔기는 소비자 이익 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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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첫째, 지난 10여 년간 정보기술(IT)업계의 치열한 경쟁과 혁신으로 개인용 컴퓨터(PC)의 평균 가격은 1994년 약 1900달러에서 2004년 800달러 수준으로 하락한 데 비해 PC 제조업체가 윈도를 구입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은 94년 PC 총비용의 5% 수준에서 2004년에는 15%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는 컴퓨터 등 IT업계의 가격인하 흐름에 반해 PC 제조업체나 소비자가 부담하는 윈도의 실질가격은 상승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MS사의 미디어 플레이어 등은 형식적으로는 무료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렇게 높아진 윈도 가격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PC 제조업체의 납품가격을 기준으로 윈도의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거나, 미디어 플레이어 등이 끼워진 이후에도 값이 오르지 않았으므로 끼워진 프로그램이 공짜라는 주장은 IT 제품 가격의 추세와 시장 현실을 간과한 피상적 견해다.

둘째, 윈도에 MS사의 미디어 플레이어 등이 사전탑재된 것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같은 용도의 경쟁제품을 다시 다운로드 받아 설치할 유인을 제거해 버리는 효과를 낳게 된다. 더욱이 많은 소비자는 MS사의 경고 메시지나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경쟁제품을 다운로드 받는 것을 기피하고, 그 결과 끼워팔기를 통해 이미 탑재된 MS사의 제품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경쟁제품의 추가 설치가 가능하고 소비자가 MS사의 제품이 편리해 사용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끼워팔기의 실질적 효과나 소비자의 행태를 고려하지 못한 형식논리다. 셋째, 공정위가 문제삼은 것은 윈도의 독점력을 끼워팔기를 통해 미디어 플레이어.메신저 등 인접시장으로 이전해 이들 시장에서 경쟁사업자를 몰아내고 독점하는 행위다. MS사는 이미 이러한 전략을 통해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서 넷스케이프를 몰아내고 사실상 독점을 이룬 후 기술개발을 소홀히 해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스티글리츠 교수도 인정한 바 있다. 따라서 시장의 경쟁구조가 소비자들의 이익과 무관하다는 주장은 이미 잘 정립된 경제이론과 배치된다.

공정위가 MS사에 대해 제재를 한 것은, 부당한 끼워팔기를 통해 인접 시장에서 기존의 승자를 몰아내고, 자기가 승자가 된 후에 독점이윤을 누리며, 기술혁신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다양한 이익을 침해하려 한 MS사의 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것이다.

김병배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