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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민정」다시 위기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해12월 군정 7년을 종식시키고 힘겹게 출범했던 아르헨티나의「라울·알폰신」민간정부는 최근 군정기간중 잔인한 인권탄압을 자행했던 군부지도자들의 처벌을 둘러싸고 군부와 정면대립, 미묘한 긴장감을 자아내고있다.
사건의 발단은 최고군법회의가 9월말 76∼83년사이 군정시대에 저질러진 납치·고문·살인등 소위「추악한 전쟁」을 벌인 혐의로 군사재판에 회부된 군정지도자들이 이 범죄에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을수 없다고 판시, 정국에 충격파를 던진데서 비롯됐다.
군사혁명정부 당시의 3명의 대통령등 군사지도자들의 죄는 불법적인 인권탄압을 방지하지 못하고 방치한 간접적인 것이라고 군법회의는 규정한것이다.
이 판결은 군사법기관이 「추악한 전쟁」의 전범자로 알려진 과거 군부지도자들의 처벌을 실질적으로 거부한 것으로 현재의 군체제를 통해 군정의 잔재를 청산하려는 「알폰신」대통령의 시도에 일단 제동을 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알폰신」대통령은 민주와에대한 기여로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라있다.
특히 최고군법회의판결은 군부지도자의 처벌을 정권의 정통성과 연결시켜온「알폰신」의 민간정부에 대한 간접적인 도전으로 평가되고 있어 군정지도자의 장래거취를 둘러싼 군부와 민간의 대립은 자칫 아르헨티나의 민주화작업에 큰 불안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인으로 구성된 국가인권조사위원회가 판결5일전에 낸「실종자」조사최종보고서는『군정시대의 정치테러는 군부의 조직적인 범죄였다』는 결론과 군법회의의 입장이 완전히 대조를 이루고 있어 주목을 끌었다.
군법회의 판결이 나오자 민간정치인·인권단체·지식에술단체등은 일제히 들고 일어나 『아르헨티나의 새로 자라고있는 민주주의를 크게 해칠것』이라고 비난했다.
야당은 페론당의 상원원내총무「비센테·사디」의원은『우리는 결코 과거를 잊을수 없다』고 말하고『대량학살에 책임있는 집단을 처벌하지 않으면 내란이 일어 날 것』이라고 경고 했다.
노벨평화상수상자인 인권운동가「아돌포·페레스·에스키벨」은『군부장성의 처벌은 군법회의 손에서 벗어나 국민적화합에 의해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민간조사위 보고서는 군정시대에 8천9백명의 시민이 좌익테러를 막는다는 구실로 군부의 조직테러에 의해 납치됐다면서 이들은 공식적으로는 실종자로 처리됐지만 사실은 비밀리에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9개월간에 걸친 이들의 조사보고서에는▲3백40개의 비밀집단수용소▲「추악한 전쟁」에 관련된 2백명의 군장교·경찰들 1천2백명의 비밀관리명단▲집단학살 및 집단매장장소▲고문방법 및 고문장소등이 상세히 나열돼있다.
특히 고문방법의 대부분이 세게 다른 어떤 나라에도 알려지지 않은 잔인하고 특수한 것이며 심지어 1백20명의 어린이도「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실종되었다는 것.
현재로선 민간정부가 군정지도자들을 군부의 반발에도 불구, 어떤 형태로든 처벌을 강행할것으로 보이지만 집권초기 방침보다 처벌의 강도가 약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군부로서도▲「알폰신」에 대한 국민지지 및 국민의 민주화열망▲군정에대한 증오감▲포클랜드패전과 군부개편등으로 과거 군지도자에 대한 처벌을 끝까지 반대할 저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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