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 포백 수비 구멍 보인다… 스피드·순발력 떨어져 측면 돌파에 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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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고 미드필더 무스타파 살리푸(왼쪽)가 기니 선수를 제치고 드리블해 들어가고 있다. [비리 샤티용 AFP=연합뉴스]

"스피드로 토고 수비를 흔들어라!"

토고 축구가 예상보다 약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토고는 8일(한국시간) 프랑스 비리-샤티용에서 열린 기니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페널티킥을 허용, 0-1로 패했다. 기니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9위로(토고는 56위) 독일월드컵 아프리카 지역예선에서 조 3위로 본선행이 좌절된 팀이다.

경기에는 토고 핵심 공격수인 에마뉘엘 아데바요르(프랑스 AS 모나코)와 아브델 카데르 쿠바야(프랑스 FC 소쇼)가 결장했다. 전력 노출을 꺼린 토고의 결정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그러나 레몽 도메네슈 프랑스 대표팀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최경식 기술위원 등 토고와 함께 독일월드컵 G조에 속한 국가의 축구 관계자들이 대거 참관했다.

경기를 본 축구전문가들은 토고의 가장 취약했던 부분으로 포백 수비라인을 꼽았다. 전반적으로 순발력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좌우 측면 수비수로 나선 잔잔 아테와 에마뉘엘 마티아스는 상대 스피드에 공간을 내주기 일쑤였고, 에릭 아코토와 다르 니봄베 등 중앙수비수들도 번번이 상대를 놓치며 슈팅 찬스를 허용했다. 상대 공격 때 수비수들이 중앙에 몰려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미드필드도 허술했다. '압박'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느슨한 대인방어로 상대가 휘젓고 다닐 공간을 만들어줬고 조직적인 플레이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기 후 최경식 위원은 "토고가 경기 승패보다 '실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도중에 포메이션을 바꾸기도 했고 그라운드 안에서 선수들의 포지션을 여러 차례 이동시켜 최적의 활용 방안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가전에서 드러난 전력만 보고 '오판'을 하는 우를 범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었다.

토고 전력의 핵은 뭐니뭐니해도 이날 결장한 아데바요르다. 하지만 세나야 주니오르(스위스 YF 유벤투스)의 이날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토고 감독이 세나야를 처음 왼쪽 미드필더로 기용했다가 중앙.오른쪽 미드필더, 후반에는 스트라이커까지 4개 포지션을 돌아가며 맡도록 했다. 1m70㎝ 정도의 단신이지만 스피드를 앞세운 순간 돌파가 뛰어나 수비진을 농락할 만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최 위원은 토고가 "측면 돌파와 크로스를 지나치게 많이 허용했다"고 분석했다. 한국팀의 장점인 스피드를 살려 이영표.조원희의 측면 돌파가 설기현.이천수.박주영 등 측면 공격수에게 이어진다면 쉽게 득점 찬스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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