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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영화 ‘간신’의 연산군 역 김강우. 이보다 더 파멸적인 폭군은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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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간신’(21일 개봉, 민규동 감독)은 조선의 10대 임금 연산군(1476~1506)이 전국의 미녀를 ‘기쁨조’로 징발했던 이른바 ‘채홍’(採紅) 사건을 재조명한 사극이다. 연산군은 물론 채홍을 담당한 간신 임숭재(주지훈) 부자의 파멸적인 욕망을 광기 가득한 화면에 펼쳐놓는다.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연산군을 연기한 배우는 모두 4명이었다. 신영균(연산군, 1962)·이대근(연산군, 1987)·유인촌(연산일기, 1988)·정진영(왕의 남자, 2005) 등이다. 다섯 번째로 연산군 역을 맡으며 가장 예측 불가능하고 자기 파멸적인 폭군을 만들어냈다고 평가 받는 김강우(37·사진)의 얘기를 들어봤다.

 - 첫 악역인데, 부담스럽지 않았나.

 “나는 지금껏 연산군을 악역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감언이설로 임금을 홀리는 간신들이 악역이다. 연산군은 자기 욕망에 굉장히 솔직한 캐릭터다. 임금이란 위치가 그를 폭군으로 만들었다고 봤다. 꼭 해보고 싶던 역할이다. 우리 역사에서 연산군처럼 극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는 없으니까.”

 - 어떤 인물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나.

 “폐비 윤씨의 죽음이 그를 폭군으로 만든 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성격적 결함이 있는 인물이라 상정하고 접근했다.”

 - 어떤 성격적 결함을 말하는 건가.

 “시대에 맞지 않았던 예술적인 끼다. 민 감독과 얘기를 나누던 중 ‘폭군 연산군은 많이 봐왔으니, 예술가적인 면모를 넣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원래 연산군은 시·춤·노래 등 풍류를 즐긴 인물이었다. 무척 즉흥적이어서 자다가도 깨어나 눈물을 흘리고, 새벽에 용건 없이 신하들을 호출하기도 했다. 주변에 그의 행동을 견제할 이가 없었다는 게 비극이었다.”

 -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갔나.

 “상식을 벗어난 연기가 필요했다. 연산군에 대해 수험생처럼 공부한 뒤, 촬영 한 달 전 방을 따로 잡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방 안에서 내키는 대로 술 마시고, 널부러져 자면서 연산군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면서 연산군을 동물로 보기 시작했다. 먹잇감을 노리는 늑대, 죽은 사슴을 뜯어먹는 사자 등 동물 이미지를 여럿 참고했다. 이성의 끈을 놓으면, 사람의 표현 방식은 동물과 다를 게 없다. 극한의 감정이 유지되면서 촬영 내내 잠도 깊게 못 잤다.”

 - 극 중 연산군이 유일하게 신뢰하는 존재는 간신 임숭재다.

 “자신의 미친 짓을 이해해주는 이는 숭재밖에 없다. 둘의 관계는 군신 간의 수직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이면서 수평적인 관계다. 둘 간에 진짜 믿음이 있었는지는 개봉을 앞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김봉석 영화평론가): 볼거리가 많아 보이지만, 제대로 보여주는 게 없다. 채홍사와 방중술도, 폭군과 역모도 슬쩍 얼굴만 비친다.

★★☆(장성란 기자): 이야기하려는 바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계속되는 피와 살의 향연이 충격적인 볼거리에 그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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