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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5년…변신을 노린다" | 80년대 주목받은 작가 이문열·김성동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소설가 이문열씨와 김성동씨가 작가적 분기점에 서서 새로운 문학을 위한 전신을 꾀하고 있다. 다같이 70년대 말에 문단에 나와 선풍을 일으키고 80년대의 중요한 작가로 부각되었던 이들의 전신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 주목된다.
장편 『영웅시대』의 마무리 작업을 위해 바쁜 이씨는 이 작품이 마무리된 후 당분간 자신을 정리할 기간을 가지려 하고 있다.
『지난 5년간 10권의 작품집을 냈읍니다. 능력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작품을 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작품들을 쓰면서 스스로 기대한 만큼의 완성품을 만들어낸 것이 몇 되지 않습니다. 글의 완성도가 낮은 조악품을 대량생산했다고 느끼고 있읍니다.』
그래서 자신을 보충하고 새로운 작품 세계를 모색하는 기간을 가겨야 겠다는 생각을 이씨는 하고 있다. 그것은 앞으로 그의 작품을 그리 많이 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이씨는 지금까지 『사람의 아들』 등에서 초월의 문제를, 『그대 다시 고향에 가지 못하리』에서 사라져 가는 우리 것을 찾아보는 것을, 『젊은 날의 초상』에서 성장 소설을, 『황제를 위하여』 『들소』에서 정치적·사회적인 것에 대한 「알레고리」로서의 표현을 하는 등 다양한 소설 세계를 보였다. 『오늘의 현실에 대해 바로 써 나간 것은 없읍니다. 솔직이 말해서 그런 것을 쓸만한 체험을 하지 못했었읍니다. 저의 작품에서 현실감이 빠지는 것은 취약점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씨는 지금까지 문학은 스스로 자기 목적적이며 독립적인 것으로 생각하여 순수 취향을 가져왔고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지만 그러나 차츰 문학과 현실과의 연관에 대해 폭넓은 통찰이 있어야 하며 문학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사회문제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동씨는 지난해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과 투병 생활을 1년반가까이 했는데 올 가을부터,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삼도천에 한발을 디뎠다가 빠져나온 셈이지요.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읍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고통만이 오는가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문학의 길에 정진하라는 시련으로 방아들이게 되었읍니다.』
김씨는 곧 『눈오는 밤』이라는 단편과 『사바세계』라는 중편을 발표할 예정이다.
『눈오는 밤』은 그의 작품 『잔월』 『오막살이 집 한 채』 등 6·25연작의 하나다. 섣달 그믐날 눈이 내리는데 모자가 돌아오지 않는 지아비, 아버지를 기다리는 그의 「그리움」과 「쓸쓸함」의 문학과 연결되는 것이다.
『사바세계』는 우화적인 소설로 지옥에 온 권력을 누렸던 사람, 돈 많은 사람, 성직자, 지식인들이 한결같이 죄가 없다고 하는데 지장보살은 그것이 답답하여 직접 이송에 나와 그들의 죄를 알아본다는 이야기다.
「문예중앙」에 연재하다 중단된 『풍적』은 내년 봄호부터 다시 연재할 예정. 『풍적』 은 일제→해방→6·25까지를 시대 배경으로 하여 우리 최근세사의 한 부분을 드러내면서 우리 민족이 겪였던 고통을 추적하는 그의 대표작으로 기대되는 작품이다. 김씨는 서정성이 짙은 작품을 써왔는데 차츰 현실·사회의식 쪽으로 옮겨오는 경향을 보인다고 평가되고 있다.
『현실을 정확하게 잡아낸다면, 그래서 그것을 작품화한다면 서정은 자연히 살아납니다. 사나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속에 서정이 녹아 있게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문열씨의 자기 정비, 김성동씨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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