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이정철 감독 "대표팀 감독 아픔, 이제 풀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내년 올림픽에 출전해서 대표팀에 대한 아쉬움을 털고 싶다."

여자배구 대표팀 이정철(55) 감독에게 국가대표팀은 특별하다.

이 감독은 20일부터 중국 텐진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지휘봉을 잡았다.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들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세계 예선전에 나갈 수 있다. 이 감독은 올림픽 진출권을 확보해야 8년 전 한을 풀 수 있다.

이 감독은 지난 2007년 대표팀 감독을 맡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했다. 하지만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당시 대표팀은 선수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공격 주축이었던 김연경(페네르바체), 황연주(현대건설)가 빠졌다. 레프트 자원이던 한송이(GS 칼텍스)를 비롯해 한유미(현대건설)도 부상으로 제대로 뛸 수 없었다.

그 때의 아픔으로 이 감독은 대표팀 감독은 계속 고사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감독직 제의도 있었지만 완곡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바꿨다. 2014-2015 시즌 소속팀 IBK기업은행을 통합우승으로 이끈 이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을 받아들였다.

지난 15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이 감독은 "선수 수급 문제로 대표팀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해 마음 고생을 했다. 내가 다시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이번엔 선수들과 함께 내년에 올림픽 티켓을 따고 한을 푸는 게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지옥훈련의 대명사'처럼 진천선수촌에 입촌하자마자 선수들에게 강한 훈련을 강조했다. 특히 주장 김연경에게 특명을 내렸다. 이 감독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려면 박정아, 김희진(이상 기업은행), 이재영(흥국생명) 등의 실력이 늘어야 한다. 연경이가 후배들을 키워야한다. 그냥 다독이지만 말고 따끔한 지적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훈련하는 동안 부상자가 속출한 게 큰 걱정이었다. 김희진이 지난 4월 말 발목 통증을 호소해 열흘 동안 훈련에 나서지 못했고, 이재영도 왼 허벅지쪽 근육통 때문에 잠시 휴식을 취했다. 다행히 터키리그가 끝나자마자 지난 10일 대표팀에 합류한 김연경의 컨디션이 좋다.

이 감독은 "아직 내년 올림픽까지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선 이번 대회 결승 진출이 목표다. 그래야 세계 예선전에 나가 올림픽 티켓을 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좋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18일 대회 참가를 위해 중국으로 떠났다.

진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