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박 대통령 "독사" 비유하며 과민반응 보이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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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8일자 노동신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뾰족한 혀를 날름거리며 독을 내뿜는 독사”라고 비유하면서 비방 수준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5면 하단 기사에서 “악취 풍기는 악담질에 이골이 났다”며 박 대통령의 실명을 헤드라인에까지 실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북한 인권 상황의 개선을 촉구한 것을 두고 “동족대결수작질”이라며 박 대통령을 두고 “과연 치마두른 녀성(여성)인가”라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북한의 이런 시대착오적인 과민반응은 최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잔인한 숙청 과정이 알려진 국면에서 북한의 초조함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북한학자는 익명을 전제로 “이번 내용의 비상식적인 표현을 볼 때 북한이 현 부장 숙청과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인권 침해 논란이 더욱 거세질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이북도민 간담회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 개선을 촉구하고 있지만 적반하장 격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했으며 하루 뒤인 15일엔 “최근 북한의 도발적 행동과 북한 내부의 극도의 공포정치가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이 경악하고 있다”고 현영철 숙청을 우회 비판했다. 북한은 17일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현영철 부장 숙청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으면서 ”극악무도한 특대형 도발이자 천추에 용납 못할 대역죄”라며 “강철포신들이 격동상태에 있다”고 주장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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