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폭력시위 분통 터뜨린 전·의경 부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전.의경 부모들과 예비역 전.의경들이 폭력시위에 항의하는 집회를 연다고 한다. 이들은 불법시위 추방을 요구하는 전단지를 배포하고 폴리스 라인 준수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내심은 시위 농민 사망의 책임이 경찰의 강경 진압 때문이라는 비판에 대한 반발의 성격이 짙다. 과격 시위를 철저하게 수사하고 사법처리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경찰청장 경질로 농민.시민단체의 반정부 감정을 누그러뜨리려는 정부의 태도가 못마땅한 것이다.

이들의 항의엔 진압 과정에서 시위자들이 휘두르는 쇠파이프.죽창 등 흉기에 많은 전.의경이 다치는 데도 불구하고 가해자로 모는 데 대한 서운함과 안타까움도 담겨 있다. 노동자.농민의 시위가 잦았던 지난해 전.의경 부상자는 747명이고 이 가운데 중상자는 2004년보다 네 배 이상 증가한 138명에 이른다. 한 포털사이트의 '전.의경의 부모 모임'은 시위대들에게 시달리고 고생하면서도 살인마 소리까지 듣는 아들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자고 주장해 누리꾼으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정당한 경찰력을 행사하는 전.의경을 국가가 외면하고 있으니 대신 부모들이 보호하자고 나선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폭력시위 여부와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전.의경 부모와 농민.시민단체 간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불법 폭력시위 근절을 위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 천명이 시급하다. 국무총리가 위원회를 구성해 폭력시위가 사라지는 원년이 되도록 사회협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힌 것은 바람직하다.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집회 주최자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민단체들이 합법적인 집회를 약속하고 지킨다면 그보다 다행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경찰이 엄정한 법 집행의 원칙을 지키는 것도 선진 시위문화의 조건이다. 지난해 경찰이 적발한 폴리스 라인 위반자는 고작 4명이었다. 경찰은 시민단체에 유달리 우호적인 정권의 눈치를 의식하지 않고 법에 따른 시위질서 유지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