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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체 투자하면 큰돈 번다” 130억 다단계 사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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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회사원 신모(33)씨는 지난해 말 지인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사행성 게임 개발업체인 D시스템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투자한 돈이 게임 개발 비용으로 쓰일 것이라고 했지만 신씨는 ‘사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회사가 방문판매업체로 등록돼 있다는 설명 때문이었다.

 고심하던 신씨는 직접 회사를 찾아갔다. D시스템은 서울 역삼동의 번듯한 빌딩 3개 층을 사용하면서 대표이사실 등도 갖추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들은 신씨에게 “사행성 게임을 하면 그 판돈에서 수수료를 떼 배당금을 나눠주겠다”며 “시장 규모만 해도 220조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신씨는 결국 투자계약서를 쓰고 2000만원을 투자했다. 지난 1월 첫 배당금 4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배당금이 나오지 않자 회사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확인 결과 역삼동 회사 사무실은 텅 빈 상태였다. 한 달 후 신씨에게 연락해 온 건 경찰관이었다. “사기를 당한 것 같으니 피해자 조사를 받으세요.”

 서울 강남경찰서는 신씨 등 투자자들을 모집한 뒤 100억원대의 다단계 사기를 벌인 혐의(사기 등)로 D시스템의 대표이사 김모씨 등 임직원들에 대해 수사 중이다. 현재 경찰은 피해자가 7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해금액은 130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김 대표 등 회사 간부 2~3명이 투자받은 돈 대부분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D시스템의 계열사 대표인 A씨는 “나도 김 대표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지난해 12월 회사 서류 장부를 정리하다가 이중장부를 발견했으며 약 15억원의 공금이 빼돌려진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박병현 기자 park.b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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