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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왕의 남자'의 여장남자 이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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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별들의 고향' 대중문화의 하늘에는 자고 나면 언제나 새 별이 뜹니다. 저 별은 누구의 별일까. 어디서 왔을까. 새 별이 뿜어내는 영롱한 빛을 따라 신세대 스타의 잠재력을 점쳐 보는 '누구?'코너를 새해부터 시작합니다.

"영화 '패왕별희'를 스무 번 넘게 봤어요. 장궈룽(張國榮)의 눈빛을 끌어와야 했거든요."

지난 주말에 개봉, 관객 115만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껑충 뛰어오른 영화 '왕의 남자'에는 눈에 띄는 신인이 있다. 극 중 여장남자인 광대 '공길'역을 맡은 이준기(23). 그는 요즘 인터넷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탤런트.배우 검색순위에서도 1위를 달리며 상한가를 치고 있다.

"솔직히 얼떨떨해요. 겁도 나고요." 캐스팅되기 전에 그는 시나리오부터 봤다. "대본 읽으면서 서너 번 울었어요. 광대의 삶이 가슴을 치더군요."

처음에 공길 역은 엄두도 못 냈다. "연기력이 상당해야 소화할 수 있는 역이더군요." 그래도 오디션장을 찾았다. 젊은 배우의 오기였다. 뜻밖에 최종 오디션까지 올랐다. '눈이 날카롭다' '너무 남성적이다'는 지적에도 결국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그때부터 그는 '이준기'가 아니라 '공길'로 살았다. 촬영장에선 다들 깜짝 놀랐다. 가녀린 턱 선, 도톰한 입술, 검은 머리칼 사이로 살짝 살짝 드러나는 하얀 귓불. 광대판에서 잘록한 허리로 엉덩이까지 실룩대면 이건 영락없는 '여자'였다. 실제 그는 태권도 3단에 상당히 털털한 성격이다. "지금까지 '여자처럼 생겼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짜증날 만큼 남자답다는 얘길 들었죠. 공길로 분장한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저 자신도 화들짝 놀랐으니까요."

그는 요즘 TV드라마 '마이걸'에서 바람둥이 서정우 역으로 나온다. "공길보다 정우를 연기하기가 훨씬 쉬워요. 정우는 실제 저와 50~60%는 닮았거든요. "

전에도 영화 '호텔 비너스'와 '발레교습소'에 출연한 적은 있다. 그러나 길 가는 사람마다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긴 요즘이 처음이다.

아는 사람의 미니 홈피에 남긴 글 때문에 최근 친일 논란을 겪은 그는 "공인의 책임감을 절감했다"며 4일 자신의 미니 홈피를 폐쇄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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