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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유력 이원종 충북지사, 정계 은퇴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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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원종(64.사진) 충북지사가 4일 차기 지사 선거 불출마와 함께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 지사는 이날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월 31일 지방선거에서 충북도지사로 출마하지 않고 민선 3기 임기(6월 말)를 마치면 곧바로 정계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 직후 한나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으며 "은퇴 뒤 어떠한 공직에도 몸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적절한 시기에 명예롭게 퇴장하는 게 평소 소망이었다"며 "8년 가까운 세월 동안 꿈꾸고 계획했던 일을 거의 다 이루었고, 오랫동안 쌓여왔던 충북지역 현안들이 대부분 해결됐기 때문에 뿌듯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6개월 전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 확정 발표를 듣는 순간 '이제 물러나도 되겠다'고 생각해 정계 은퇴를 결심했다"며 "이만하면 물러나도 도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와 관련, 그는 "공직 생활 40여 년 동안 한순간도 긴장을 풀고 지내지 못했으며 휴일과 명절도 없었다"며 "늦잠도 자고 싶고 그동안 실종됐던 나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최근 가족회의에서 은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가족 모두 불출마를 권유했으며, 특히 부인 김행자씨의 요구가 강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천 출신인 이 지사는 1966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서울시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92년 관선 충북지사, 93년 서울시장 등을 거쳐 98년 자민련 후보로 민선 충북지사에 당선된 뒤 2002년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겨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 3선 출마가 유력해 보였다. 이 때문에 도청 공무원들과 지역 정가에서는 이 지사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의외라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충북도청의 한 공무원은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 지사가 최고 정점에서 용퇴 결정을 내린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며 "충북에서 물러날 때를 스스로 아는 진정한 원로가 탄생한 것"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이 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차기 충북지사 선거에서 이 지사와 당내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정우택 전 의원의 입지가 넓어지게 됐다. 지난해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 전 의원은 일찌감치 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이 지사와의 경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또 그동안 이 지사의 높은 지지도에 따라 관망 입장을 보였던 열린우리당 후보군의 출마 선언도 잇따를 전망이다.

한편 4일 이 지사의 불출마 선언과 관련,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선거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다고 반기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충북도당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은 "아쉽고 안타깝다"는 공식 논평을 냈다.

청주=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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