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논문읽고 사고력 길러라|〃발등의 불〃 대인논술고사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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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86학년도부터 대학입시에 논술고사를 실시한다는 문교부 발표 이후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한번쯤 「논술」 이란 생소한 말을 화제로 올리게 됐다.
최근 서울의 어느 시립도서관에서 청소년 작문교실을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삽시간에 학생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YMCA·YWCA등 사회단체에서도 앞다퉈 어머니 작문교실을 열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강사를 불러 어머니를 위한 글짓기 강좌를 마련할 정도.
이렇게 논술고사가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문교부는 지난1일 각 대학에 시행지침을 시달했다.
이 시대의 모든 교육적 고민을 안고 나온 「한국교육의 응급처치주사」 격인 논술고사는 어떤 치료기능과 예방기능을 갖고 있는가.
약효는 어느 정도며 부작용은 없는가.
또 그 부작용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가.

<교육계반응>
한마디로 혼란상태다.
일선학교교사·학생·학부모등 모두 이제 발등의 불이된 논술고사의 개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
어릴때부터 TV옆에 앉아 생각하기를 거부해온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객관식 시험으로 철저하게 그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봉쇄당했다.
이들은 「의논할논」 자만 봐도 기가 질릴 정도.
일선교사들 또한 갈피를 못잡고 있다.
고작 작문시간을 통해 일정한 문장의 틀을 가르치고, 신문사설이나 칼럼을 보게하며, 책을 많이 읽도록 권할 정도.
교육의 흐름을 보여주는 참고서도 제방향을 못잡기는 마찬가지.
두달도 못돼서 10여종류의 참고서가 나오고 국민학교 어린이용 글짓기카세트까지나왔으나 「무엇을 쓸 것인가」를 가르치기 보다는 글쓰는 요령을 익히는데 그치고 있다.

<문제점과 대책>
논술고사가선발 시험인이상 우선 그 공정성과 타당성이 가장큰 문제가 된다.
올바른 주제설정 외에도 최소한 5명 이상이 출제와 채점에 관계하여 표현력창의력·조직력·종합력·추리력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할것이다.
비록 이번 문교부 시행지침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맞춤법·띄어쓰기등 작문적 요소를 채점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은 마땅히 재검토되어야 한다는게 일선교사들의 의견이다.
올바른사고력은 올바른 문장의 표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
많은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이라 자칫 일정한 틀을 강요하다 보면 또다른 객관식 시험의 연장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낳고 있다.
출제와채점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주어져야 한다는게 대학측의 의견이다.
올바른 논술고사 준비는 교실수업에서 학생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교사는 이를 고쳐주는 개별지도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오늘날 과밀학급의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정에서의 지도>
이러한 교육현실에서 가정의 역할은 중요하다.
가정에서는 논술고사를 위해 무엇을 할수 있는가.
▲독서=읽은 책에 대해서는 꼭 독후감을 쓰고 친구 가족과 의견을 나누도록 한다.
그러나 강요된 독서는 오히려 학생들로 하여금 싫증을 느끼게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일기쓰기=단순한 사건보고식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일기를 써야 내용있는 글을 쓸수있는 능력을 키울수 있다.
▲논문읽기=신문 사설이나 가벼운 내용의 논문을 읽고 세상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고교생의 수준에 맞는것을 선택하는게 중요하다.
▲의사발표=집안의 일을 글로 써서 발표하고 식구들끼리 대화를 나눈다.
국민학생의 경우 국어교과서 연습문제를 함께 풀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
▲편지쓰기=안부편지에서 시작하여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의견발표 형식의 편지를 써본다.
사회문제나 자신의 문제를 전하는 글은 곧 한편의 논문이 될수 있다.
교육관계자들은 모처럼 교육적 병페를 치유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나온 논술고사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수 있도록 학교 가정 사회의 관심과 아울러 학계의 꾸준한 연구가 뒤따라야한다고 보고 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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