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통령 일본기자회견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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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인은 우리 양국이 새롭게 만나 양양한 미래를 개척해야할 시대적 요청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역사적 싯점에 이르렀다고 확신하고 지난날을 딛고 일어서서 신뢰와 협력으로 새로운 동반시대의 새 장을 열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리하여 본인은 이제 상호존중과 신뢰, 그리고 상부상조에 바탕을 둔 그러한 호혜선린의 새로운 1천년사가 바야흐로 출발의 신호를 울리게 되었음을 믿을 수 있게되었다.
어제 천황과의 만남과 두 차례에 걸친 「나까소네」수상과의 회담은 본인에게 그러한 확신을 주었다.
문=한국대통령으로서 일본을 처음 공식방문 한 것은 큰 결단이었다고 생각되는데 방일목적은 달성되었다고 생각하는가. 궁중만찬에 대한 감상은 어떠한가.
답=이번에 일본을 방문한 것은 본인에게 확실히 결단이 필요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국내에서 일부 반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일관계에는 그만큼 어렵고도 미묘한 점이 있는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본인이 「히로히또」천황과 만난 것은 양국관계사상 초유의 정상대면으로서 그 역사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본인은 천황이 과거사에 관해 언급한 내용을 엄숙하게 경청하였다. 우리가 동반협력을 위해서 서로의 실천의지를 다짐함으로써 양국관계의 기초를 튼튼히 다진 것으로서 평가하며 본인의 방일은 대단히 만족스럽고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문=한일양국은 가장 가까운 이웃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상호이해나 상호신뢰는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의 한일관계에서 이러한 감정면의 응어리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또 나라마다 국제정세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안전보장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우리는 정부와 각계각층의 지도층이 중심이 되어 전국민적 차원에서 부담없이 상호교류를 확대해서 상호이해를 증진시키는데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양국의 기성세대간에는 지금도 정치라든지 경제라든지 많은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앞으로도 다음세대인 청소년들의 교류를 확대해서 상호이해를 증진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면 두 나라간에 맺힌 응어리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해소되리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일본 청소년들이 한국을 방문해서 역사적 고적이나 문화재를 찾아본다거나 한국의 전방을 시찰한다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속담대로일본의 이웃인 한국이 얼마나 심각한 긴장상태 아래서 살아가느냐 하는 실상을 직접 목격하게 됨으로써 일본으로서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안보의식을 강화하는데 좋은 점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이나 한국의 언론인들은 가장 영향력과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여러분이 그러한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기대하고 또 부탁드린다.
안보정세란 보는 사람의 입장이나 국가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와 전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직결된다는데 유의해서 주변강대국과 평화 애호국들은 이 지역의 긴장완화와 북한에 의한 전쟁억지를 위해 관심을 가지고 신중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한반도에 있어서 전쟁을 예방하는 것은 첫째 남북한간에 군사력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고 둘째로는 북한으로 하여금 오판을 못하도록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한국은 4년 후의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이의 성공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데 그런 가운데 앞으로의 대 중공외교를 어떻게 전개해 나갈 생각인가.
답=최근 우리나라는 비 정치분야에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중공과 접촉을 갖고 있다. 스포츠국제회의참석 정도의 접촉이지만 양국의 이해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88올림픽에 대해 중공은 아시아의 대국으로서 축하와 성원을 보내주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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