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폐지후 아파트 등지서 성행 | 영어 글짓기등 다양… 성과엔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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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근 여성단체와 사회교육단체·아파트단지 등에서는 자녀들의 학과공부를 지도하려는 어머니를 위한 강좌가 붐을 이루고 있다.
특히 9월부터는 86년부터 대학입시에서 논술시험을 본다는 문교부 발표후 글짓기 지도를 배우려는 어머니가 많아져 강좌내용도 종래의 영어위주를 벗어나 다양해지고 있다.
그에따라 일각에서는 과연 어머니들이 자녀들의 학과를 미리 공부해 가르쳐야만 하는지.그것이 어떤 교육적 효과를 갖는지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자녀들의 학습지도를 위한 어머니교실이 서울 일원에 생긴 것은 3년여전부터. 80년 정부의 교육개혁조치가 나오고 과외공부가 폐지된 이후 대형 아파트단지의 부녀회 중심으로 생겼다.
반포아파트가 원조로 알려져 있고 이어 현대·우성아파트등 웬만한 아파트단지에는 모두 자녀교육을 위한 어머니교실이 생겨나 대부분 성황을 이루고 있다. 서초동 U아파트의 경우 외부에서 선생을 초빙하여 중학교 1, 2학년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1주일에 이틀씩 하루 90분간 강의가 있는데, 한 클라스 80명씩으로 인기가 높다.
여성및 사회교육단체로는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어머니 영어교실을 열었고, 서울YWCA 한국일보 문화센터등도 자녀지도를 위한 영어강좌를 열고 있다. 한편 3일 전 덕성여대 자리에서 새로 강좌를 여는 한국 가정법를상담소 교육원도 중, 고교 자녀를 가진 어머니 교실을 마련한다.
논술시험에 대비한 어머니를 위한 「글것기지도」 는 서울YWCA, 3· l 여성동지회, 여성문예원이 이달에 개강한 문예교실을 통해 가르친다. 어머니들의 문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녀의 글짓기 지도를 돕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자녀들의 학과공부나 시험대비를 돕기 위한 어머니교실을 김태련교수(이화여대 교육심리)는 『과외의 또 다른 양상』 이라고 비판한다. 모 자녀들의 인생을 어머니가 미리 예행연습하여 유도하는 과보호가 현실적으로 자녀들을 대학생이 되어도 스스로 공부할줄 아는 능력조차 갖추지 못하는 기형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문정희씨(시인)는 논술시험의 열쇠는 평소의 독서량으로 좋은 책을 읽고 사고하고 어휘를 넓히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지, 글쓰는 기술과는 상관이 없다고 얘기한다. 「무엇을 쓸것인가」 가 중요하기 때문에 잠시 어머니가 배워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상 이러한 어머니 과외붐은 학생들의 과외가 금지된데다 학과내용이 예전과 크게 달라져 고등교육을 받은 어머니라도 초·중생을 가르칠 수 없는현실,과밀학급으로 학교공부가 정상화되어 있지 않은 것 등이 그 원인이다.
또 자녀교육온 어머니들만의 전담사항이 돼버린 가정분위기에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어머니들은 일찍부터 자녀들 스스로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학습방법을 터득토록 하는 것이 긴 장래를 위해 더욱 중요하다는것을 알아야한다고 김교수는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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