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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소나기 마을' 표류 끝에 3월 첫 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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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04년 황순원 소설 그림 그리기 대회 대상작(부산 사직고 안현진군).

소년과 소녀가 처음 만난 개울이 흐르고, 개울 위에 징검다리가 살짝 얹혀 있다. 소년과 소녀가 소나기를 피해 들어간 오두막 한 채가 그림처럼 서 있다.

고 황순원(1915~2000) 선생의 50년대 단편소설 '소나기' 속에 나오는 마을 모습이다.

경기도 양평군은 서종면 수능1리 산74 일대 1만3000여 평에 내년 12월까지 야외공원 형태의 문학촌으로 소설 속 '소나기 마을'을 조성한다. 군은 3월부터 100억원(국비 50억원, 도.군비 50억원)을 들여 공사에 나선다.

양평군과 경희대는 '소나기'에 '소녀가 양평읍으로 이사한다'는 지명이 등장하고, 황씨가 23년간 교수로 재직했던 대학이라는 인연으로 2003년부터 공동으로 소나기 마을 조성을 추진해 왔다.

또 소설 무대가 양평군 시골 마을이라는 국문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양평에 소나기 마을을 세우는 계기가 됐다.

수능1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수리와 인접한 반달형 지형에다 야산 구릉으로 둘러싸여 소설 속 전형적인 농촌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여기에 소년이 소녀를 업고 개울을 건너던 '업고 건너는 길'이 만들어지고 인공으로 소나기까지 뿌려 소설 속 분위기를 그대로 묘사한다.

주변에는 개울.징검다리.외나무다리.섶다리.허수아비.참외 과수원.원두막 등이 들어선다. 또 도라지꽃.들국화.쑥부쟁이 등이 피는 야생화 동산도 마련된다.

소나기 마을 입구에는 황순원문학관을 조성해 그의 생애와 유품 및 문학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과 작품실, 생전의 집필실 등을 갖춘다.

이 밖에도 야외 문학제와 음악회를 할 수 있도록 '소나기 무대'를 조성하고 주변에는 억새와 갈대를 심는다.

황순원의 다른 소설을 주제로 한 목넘이 고개(목넘이 마을의 개), 학의 숲(학), 해와 달의 숲(일원), 고향의 숲(카인의 후예), 별빛마당(별) 등도 꾸며 산책과 명상을 하며 소설 속 분위기를 체험해 볼 수 있게 된다.

소나기 마을 조성 사업은 남.북한강 수계 수질오염총량제에 묶여 2년간 표류했으나 최근 환경부가 양평군이 신청한 통합하수도정비기본계획을 승인함에 따라 가능해졌다. 한택수 양평군수는 "소나기 마을이 조성되면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변 관광지와 연계하면 수도권 최고의 문학 테마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정찬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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