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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회 토론장면 TV방영 논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영국국민의 보수성은 도처에서 쉽게 발견되는데 그 중의 한 예가 의회회의 광경의 TV방영을 둘러싼 논쟁이다.
현재는 하원이고 상원이고 회의하는 모습을 일체 TV가 방영하지 못하고있다.
신성한 의회의 회의가 TV방영의 대상이 되면 자칫 국정논의가 대중의 인기에 영합돼 그르치게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불허방침을 지켜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TV에서 아무리 중요한 의회결의사항을 보도할 때라도 웨스트민스터 (의회) 의 건물사진과 발언자 또는 발의자의 얼굴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내년1월부터는 이러한 관행이 크게 바뀌게된다. 일단은 6개월 시험기간으로 정했지만 의회광경을 TV가 방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TV방영을 찬성하고 나선 것은 국민투표에 의해 선출된 하원이 아니고 주로 귀족과 주교 등으로 구성된 상원이다.
상원은 지난 겨울 회의광경을 TV방영하는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찬성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상원의 음성방송위원회는 그동안작업을 진행, 내년 1월부터 시행하되 우선 6개월간의 시험기간을 갖추기로 하는 보고서를 작성 발표했다.
화면에는 발언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치도록하여 의회회의광경을 방영할 때는 연예프로그램이나 의회를 풍자하는 프로그램과 함께 방영하는 것을 금하기로 했다.
또한 장관이 하원에서 주요정책을 발표할 때는 특별허가를 받지않는 한 차관 등이 나가서 설명해주는 상원의 회의모습은 방영하지 않기로 했다.
이것은 장관보다 차관이 더 알려지게 되는 것을 막겠다는 배려다.
시험기간중의 TV 방영내용은 음성방송위원회에서 세밀히 체크, 그 성과를 분석한다.
이렇게 해서 6개월 간의 실험을 해보고 그 결과가 좋으면 본격적으로 실시한다는 스케줄을 마련했다.
상원은 현재 약 1천2백명의 세습직, 또는 임명직으로 구성돼 있는데 보통 회의에는 2백∼3백명이 참석한다.
정작 국민이 선출하고 주요국정을 전부 논의하고 있는 하원은 아직 TV의 방영에 대해 단안을 못 내리고있다.
TV방영이 허용되면 유권자를 의식한 인기발언이나 하고 국정논의장소를 일종의 쇼장소로 바꿔놓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하원의 TV방영은 상원의 시험결과를 보아 뒤따라 채택할 것으로 보이는데 빨라야 앞으로 2∼3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수 백년 지켜온 의회의 전통을 TV가 혹시 바꾸어놓지 않을까 많은 선량들은 염려하고 있는 것 같다.<이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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